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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갈 길을 가야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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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슈가로프한인교회 작성일24-09-27 16:48 조회10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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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목회자 칼럼을 작성하는 일이 쉽지 않았습니다. ‘마지막을 어떻게 해야 멋있게

장식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 없었고, 그렇다고 해서 그만한 글을

작성할 실력도 없고, 무엇보다도 그것은 욕심일 뿐, 그럴 필요가 없다는 생각 또한

들었습니다. 그러다가 22년 전 우리 교회에서 사역을 시작할 때 어떤 글을 썼는지

궁금해서 찾아보았습니다. 아래의 글인데 그대로 인용을 하고, 마무리만 새로 하기로

했습니다.


-이곳에 온지 한 달이 지났지만 여전히 모든 것에 서툴기만 합니다. 그 중에서도

새벽기도는 아직도 많이 서툽니다. 공부하다 자연스럽게 몸에 베어버린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습관 때문인지 새벽 5시에 일어나는 게 아직은 힘이 듭니다.

새벽 1시, 2시까지 책상 앞에 앉아 있던 몸의 리듬이 아직 적응을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인지 충분한 수면을 취하지 못하면 일어나는 현상대로 혁대의

구멍이 한 개가 줄어버렸습니다. 그렇다고 새벽기도 후 잠깐 눈을 붙일 수도

없고,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 놓고는 곧장 교회로 와서 교우들을 위한 기도와 교회

일을 보는 것이 요즘 저의 일과입니다. 거기 다가 이삿짐도 대충 필요한 것만

정리를 한 상태이고 아내가 아직 필라델피아에 있는 관계로 이곳 생활이 아직은

나그네의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또 예기치 않은 마음의 변동 앞에 때론 당혹스러울 때도 있습니다. 싱겁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그건 다름아니라 향수병입니다. 20년 가깝게 산 그 곳 필라델피아가

그 땐 정말 정이 들지 않는다 했는데, 지금은 그곳이 잊혀 지지가 않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사람 마음이 간사스럽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래서인지 어느 분

지적대로 아직도 제 자동차 번호 판이 펜실베니아 것 그대로입니다. 11월까지는

유효해서 그냥 그때까지 붙이고 다닐 생각입니다.


이곳에서 아내의 사역지도 아직 나오지 않았고 필라델피아의 집은 아직 팔리지

않은 상태입니다. 마켓에 내 놓기 위해 아내가 혼자서 그렇게 죽도록 고생하며

수리했는데도 말입니다. 예비해주시는 주님께서 적합한 시기에 해결해 주실 줄

믿습니다만, 간혹 ‘내가 어떻게 지금 이렇게 여기에 와 있는 걸까?’라는 생각이

떠오를 때가 있습니다. 그만큼 지난 두 달 여의 기간동안 저의 삶은 누군가의

강한 힘에 떠밀려왔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 속에서 당혹스러운

순간도 있고 부담되고 힘든 경우도 없지 않아 있었지만, 주님께서는 오늘까지

오게 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렇게 인도해 주실 것입니다. 사실 주님의 돌보심과

인도하심은 하나님의 모든 자녀들에게 주신 특권이고 복입니다. 때론 그게 큰

부담으로 다가오고 이해하지 못하는 것일지라도 주님은 “합력하여 선”을 이루기

위해 일하시는 분이시기에 그 분을 신뢰하고 따를 뿐입니다. 예수님께서

고난당하시기 위해 예루살렘을 향해 발걸음을 떼시며 하신 “나는 내 갈 길을

가리라”는 말씀을 생각해 봅니다. 그리고 나도 속으로 이렇게 다짐해봅니다.

“나도 그 분께서 원하시는 내 갈 길을 가리라.”[09/22/2002]


지금 와서 돌아보니 모든 것이 신실하신 주님의 은혜임을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좋은 교우들을 만나 행복하게 목회할 수 있었음이 은혜요, 나 같은 죄인을

목사 삼으시고 지금까지 써 주신 것도 은혜요, 일 마다 때 마다 긍휼에 풍성하신

하나님의 그 큰 사랑으로 저의 삶과 사역에 복을 주신 것은 갚을 길 없는 은혜입니다. 그

중에서도 참 놀랍고 희한한 것은 건축에는 일자 무식하고 개인 취향이나 신학적으로도

건축에 대해 썩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지 않던 저에게 22년 사역의 시작부터

지금까지 건축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셨다는 점입니다. 처음 4년은 구 예배당

개조와 매각, 그 다음 4년은 본관과 교육관 건축, 그리고 마지막 수년간은 주차장

건축을 위한 준비 사역. 저의 연약함이 주님의 강함을 찬미하게 하셨으니 그것도

은혜입니다. 모든 것이 그랬습니다. 그래서 감사할 것 밖에 없습니다.


행복했습니다.

영광이고 축복이었습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