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양회를 내년으로 연기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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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7-01-23 20:52 조회1,737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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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수요일부터 시작된 허리케인 프랜시스 추적은 꼬박 목요일과 날을 넘겨 금요일 오전까지 계속되었습니다. 처음엔 그냥 시큰둥했습니다. “설마 육지를 건너 반대쪽 멕시코만 쪽으로 넘어가기야 할까?” “뉴스에서는 난리를 치지만 원래 방송은 그런거니까, 이번 허리케인도 북서방향으로 기세 등등하게 올라오지만 결국 동쪽 대서양으로 방향을 바꿀게 틀림없어.” 그렇게 저 자신을 안심시켰습니다.
그러나 시시각각으로 들려오는 뉴스가 그리 만만하지 않았습니다. 더군다나 불과 두어 주 전에 지나간 허리케인 찰리가 플로리다 반도의 서쪽에서 불어와 육지를 횡단해서 동쪽 대서양으로 넘어갔고 그로 인한 피해가 엄청났다는 이야기 하며, 이번의 허리케인은 그것보다 최소한 두 배 아니면 세 배정도 규모가 큰 것으로 택사스주 만한 크기가 된다는 예보가 줄을 이어 나왔습니다. 주 정부에서 강제로 대피명령을 주민들에게 내리고 2백5십만 명 정도가 대피 중이라고도 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미국 기상청이나 CNN이나 그 외 비상대책 기관 등, 관련된 모든 곳에서는 우리가 갈 수양회 장소가 있는 파나마시티 쪽으로 허리케인이 지나간다고 예측했습니다. 그리고 더 기가 막힌 것은 시간도 토요일 저녁과 주일 오전은 그나마 괜찮을지 모르지만 주일 오후부터 위험했고 저녁부터 월요일 하루종일 홍수가 날 정도로 비가 쏟아지고 돌아오는 길의 절반이 넘는 길이 조그마한 국도이거나 동네길 인데, 그러다보면 출발부터 도착까지 빗길을 운전해 와야 할 상황에서 중간에 길이 막히거나 사고의 위험부담이 너무 컸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설마 괜찮겠지”라는 막연한 바램은 너무 무책임했기에 아예 처음부터 그런 생각은 없었습니다. 시속 140여마일로 도는 회오리바람이 육지를 통과하면서 약해지기야 하겠지만 원래 허리케인이라는 것 자체가 날고 긴다 하는 전문가들 마저도 예측할 수 없는 변수를 너무 많이 가지고 있는 것인데, 그런 식으로 교회 식구들과 갈수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면서 제 맘 한편에서 “믿음을 가지고 가면 될 것 아닌가?” 라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순간 움찔했습니다. “목사인 내가 믿음이 너무 없는 것 아냐?” 그런 자성의 소리도 들리는 듯 했습니다. “그래, 믿음으로 가면 돼잖아, 근데 뭐가 걱정이야” 그렇게 다그치는 듯 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시간이 흘러갔습니다. 그러나 더 이상 마냥 관찰만 하고 있을 수 없는 순간에 도달했습니다. 가부간 결정을 해야만 했습니다. 그러면서 움찔했던 제 마음에 지혜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믿음과는 관계없는 일이라는 확신이 들어왔습니다. 믿음은 믿음의 주인이시며 온전케 하시는 예수님을 중심으로 세워지는 것이지 내가 가진 믿음이 진짠지 가짠지 확인할 요량으로 그것도 교회의 대 식구를 대상으로 그 일을 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러면서 방금 전에 떠오르기 시작한 “지혜가 필요하다, 이 문제는 지혜롭게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는 마음이 강하게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제 머리에 떠오른 하나님 말씀이 바로 잠언27:12절 이었습니다. “슬기로운 자는 재앙을 보면 숨어 피하여도 어리석은 자들은 나아가다가 해를 받느니라.” “Be cautious and hide when you see danger; don’t be stupid and walk right into trouble” (Contemporary English Version); “The prudent sees danger and hides himself, but the simple go on and suffer for it”(English Standard Version).
그랬습니다. 짧지만 긴 관찰과 고심 끝에 내년으로 연기하기로 결정을 했습니다. 타고 갈 밴을 빌리는 일을 취소하는 것도 그렇고 수양회 장소에 연락하는 것도 그렇고 음식을 준비하는 일이나 교우들 준비하는 문제도 있고 해서 마지막 기다릴 수 있는 시간까지 기다리며 관망하다가 결단하고 각 가정에 전화하기 시작했습니다. 전도사님들께 부탁할 수도 있었지만 실망할 교우들 얼굴이 떠올라 제가 직접 말씀 드리는 게 낫겠다 싶어 전화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아니면 저를 위로(?)하시려고 그러셨는지 모르지만 거의 대부분의 교우들이 별로 실망하는 눈치를 보이지 않으며 전화를 받으셨습니다. 어떤 분은 자신이 더 많이 기도하지 못해서 그렇다며 자책하는 분도 계셨습니다. 그렇게 말씀은 안 하셨지만 비슷한 생각을 하는 분들이 또 계시리라 짐작합니다. 그러나 그렇게 생각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우리가 준비기도 한 것은 모두가 은혜 받기 위함이었지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만큼의 기도 양을 쌓기 위함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공을 들이기 위해 기도하는 것이 아닙니다. “지성이면 감천”식의 정화수 기도가 아닙니다. 여태껏 우리에게 일어난 좋은 일들, 기도의 응답들이 그 커트라인을 넘는 기도 내신실력때문이 결코 아닙니다. 오직 변함없는 하나님의 전폭적인 은혜 덕 일 뿐입니다. 그러니까 결국 이번 일도 다 하나님의 은혜요 그 분의 섭리가 있음을 믿음으로 신뢰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한가지 고백할게 있습니다. 연기하기로 결정하고 발표하고 난 다음, 그러니까 이젠 다 “물건너간”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과연 허리케인이 언제 어디로 어떻게 갈 것인가’에 대해 관심이 쏠렸습니다.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염려했던 대로 상황이 전개되어야 저의 체면이 그나마 세워지지 않겠는가 라는 것 때문이었습니다. 그런 저의 모습을 보면서 스스로 야단을 쳤습니다. “재산과 인명피해가 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관심을 기울여야지 그깟 체면이 뭐 그리 중요하다고 그런 생각을 하는가?” 라는 자성 앞에 부끄러웠었습니다.
내년으로 연기된 수련회를 허리케인시즌이 아닌 현충일(메모리얼데이) 연휴(5월 넷째 주일을 낀 토-월요일)에 가는 걸로 계획하는 것도 지혜일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동안 준비위원으로 열심히 수고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 드립니다. 주님은 이미 그 헌신을 통해 영광 받으신 줄 믿습니다. 적은 마음이지만 내일 저희 집에서 조촐한 저녁 식사 시간를 통하여, 그동안 애쓰신 준비위원들의 수고를 위로하는 동시에 내년 계획도 함께 나눠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나 시시각각으로 들려오는 뉴스가 그리 만만하지 않았습니다. 더군다나 불과 두어 주 전에 지나간 허리케인 찰리가 플로리다 반도의 서쪽에서 불어와 육지를 횡단해서 동쪽 대서양으로 넘어갔고 그로 인한 피해가 엄청났다는 이야기 하며, 이번의 허리케인은 그것보다 최소한 두 배 아니면 세 배정도 규모가 큰 것으로 택사스주 만한 크기가 된다는 예보가 줄을 이어 나왔습니다. 주 정부에서 강제로 대피명령을 주민들에게 내리고 2백5십만 명 정도가 대피 중이라고도 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미국 기상청이나 CNN이나 그 외 비상대책 기관 등, 관련된 모든 곳에서는 우리가 갈 수양회 장소가 있는 파나마시티 쪽으로 허리케인이 지나간다고 예측했습니다. 그리고 더 기가 막힌 것은 시간도 토요일 저녁과 주일 오전은 그나마 괜찮을지 모르지만 주일 오후부터 위험했고 저녁부터 월요일 하루종일 홍수가 날 정도로 비가 쏟아지고 돌아오는 길의 절반이 넘는 길이 조그마한 국도이거나 동네길 인데, 그러다보면 출발부터 도착까지 빗길을 운전해 와야 할 상황에서 중간에 길이 막히거나 사고의 위험부담이 너무 컸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설마 괜찮겠지”라는 막연한 바램은 너무 무책임했기에 아예 처음부터 그런 생각은 없었습니다. 시속 140여마일로 도는 회오리바람이 육지를 통과하면서 약해지기야 하겠지만 원래 허리케인이라는 것 자체가 날고 긴다 하는 전문가들 마저도 예측할 수 없는 변수를 너무 많이 가지고 있는 것인데, 그런 식으로 교회 식구들과 갈수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면서 제 맘 한편에서 “믿음을 가지고 가면 될 것 아닌가?” 라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순간 움찔했습니다. “목사인 내가 믿음이 너무 없는 것 아냐?” 그런 자성의 소리도 들리는 듯 했습니다. “그래, 믿음으로 가면 돼잖아, 근데 뭐가 걱정이야” 그렇게 다그치는 듯 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시간이 흘러갔습니다. 그러나 더 이상 마냥 관찰만 하고 있을 수 없는 순간에 도달했습니다. 가부간 결정을 해야만 했습니다. 그러면서 움찔했던 제 마음에 지혜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믿음과는 관계없는 일이라는 확신이 들어왔습니다. 믿음은 믿음의 주인이시며 온전케 하시는 예수님을 중심으로 세워지는 것이지 내가 가진 믿음이 진짠지 가짠지 확인할 요량으로 그것도 교회의 대 식구를 대상으로 그 일을 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러면서 방금 전에 떠오르기 시작한 “지혜가 필요하다, 이 문제는 지혜롭게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는 마음이 강하게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제 머리에 떠오른 하나님 말씀이 바로 잠언27:12절 이었습니다. “슬기로운 자는 재앙을 보면 숨어 피하여도 어리석은 자들은 나아가다가 해를 받느니라.” “Be cautious and hide when you see danger; don’t be stupid and walk right into trouble” (Contemporary English Version); “The prudent sees danger and hides himself, but the simple go on and suffer for it”(English Standard Version).
그랬습니다. 짧지만 긴 관찰과 고심 끝에 내년으로 연기하기로 결정을 했습니다. 타고 갈 밴을 빌리는 일을 취소하는 것도 그렇고 수양회 장소에 연락하는 것도 그렇고 음식을 준비하는 일이나 교우들 준비하는 문제도 있고 해서 마지막 기다릴 수 있는 시간까지 기다리며 관망하다가 결단하고 각 가정에 전화하기 시작했습니다. 전도사님들께 부탁할 수도 있었지만 실망할 교우들 얼굴이 떠올라 제가 직접 말씀 드리는 게 낫겠다 싶어 전화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아니면 저를 위로(?)하시려고 그러셨는지 모르지만 거의 대부분의 교우들이 별로 실망하는 눈치를 보이지 않으며 전화를 받으셨습니다. 어떤 분은 자신이 더 많이 기도하지 못해서 그렇다며 자책하는 분도 계셨습니다. 그렇게 말씀은 안 하셨지만 비슷한 생각을 하는 분들이 또 계시리라 짐작합니다. 그러나 그렇게 생각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우리가 준비기도 한 것은 모두가 은혜 받기 위함이었지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만큼의 기도 양을 쌓기 위함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공을 들이기 위해 기도하는 것이 아닙니다. “지성이면 감천”식의 정화수 기도가 아닙니다. 여태껏 우리에게 일어난 좋은 일들, 기도의 응답들이 그 커트라인을 넘는 기도 내신실력때문이 결코 아닙니다. 오직 변함없는 하나님의 전폭적인 은혜 덕 일 뿐입니다. 그러니까 결국 이번 일도 다 하나님의 은혜요 그 분의 섭리가 있음을 믿음으로 신뢰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한가지 고백할게 있습니다. 연기하기로 결정하고 발표하고 난 다음, 그러니까 이젠 다 “물건너간”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과연 허리케인이 언제 어디로 어떻게 갈 것인가’에 대해 관심이 쏠렸습니다.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염려했던 대로 상황이 전개되어야 저의 체면이 그나마 세워지지 않겠는가 라는 것 때문이었습니다. 그런 저의 모습을 보면서 스스로 야단을 쳤습니다. “재산과 인명피해가 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관심을 기울여야지 그깟 체면이 뭐 그리 중요하다고 그런 생각을 하는가?” 라는 자성 앞에 부끄러웠었습니다.
내년으로 연기된 수련회를 허리케인시즌이 아닌 현충일(메모리얼데이) 연휴(5월 넷째 주일을 낀 토-월요일)에 가는 걸로 계획하는 것도 지혜일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동안 준비위원으로 열심히 수고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 드립니다. 주님은 이미 그 헌신을 통해 영광 받으신 줄 믿습니다. 적은 마음이지만 내일 저희 집에서 조촐한 저녁 식사 시간를 통하여, 그동안 애쓰신 준비위원들의 수고를 위로하는 동시에 내년 계획도 함께 나눠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