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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슈가로프 작성일13-07-14 15:45 조회1,76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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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우리 교회에 부임한지 금년으로 만 11년이 되어 갑니다.  학위를 마치던 해 2002년 여름에 내려와서 목양을 시작한지가 불과 엊그제 같은데 벌써 세월이 그렇게 흘렀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모든 것이 주님의 한없는 은혜뿐입니다.  부임한 첫 해부터 시작된 옛 예배당 수리와 개조가 지금 여기의 슈가로프 한인교회로의 새출발과 본관/교육관의 건축으로 이어질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그저 맡겨진 일에 최선을 다해 충성해야한다는 일념으로 한걸음, 한발자국 앞만 보고 걸어온 것 같습니다.

50년이 넘은 오래된 건물의 화장실을 부수고 벽을 헐며 부풀었던 마음의 감동이 생생합니다.  그곳을 떠나 부푼 희망과 막막한 두려움을 안고 현재 이곳에서의 사역을 시작하던 때도 어제 일처럼 생각납니다.  2년동안 매 주일마다 모든 예배 장비와 친교음식을 싸들고 학교로 향하던 그 시절이 꿈만 같습니다. 그렇게 정신없이 달려온 길이 한 해 한 해 이어져서 11개의 매듭이 만들어졌습니다. 한 주, 한 해가 기쁨과 감사뿐이었습니다.

그러나 뜻하지 않게 아내의 건강에 브레이크가 걸렸습니다.  오래전부터 시작된 천식이 악화되면서 찬바람이 부는 겨울이 다가오면 그 다음 해 봄을 맞을 수 있을까 확신이 들지 않을만큼 힘든 때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우리의 눈물의 기도를 응답하셔서 감쪽같이 증세가 없어질 무렵 이번에는 싸르코마라는 암의 발병으로 인해 또 한차례 고난의 여정이 시작되었습니다.  그게 3년전 일입니다.  1년간의 호르몬치료법을 통해 하나님께서는 또 한번의 치유를 베푸셔서 1년만에 암이 치료되었습니다.

그런데 그것은 또 다른 고난여정의 시작일뿐이었습니다.  홀몬계통의 이상으로 인해 에너지레벨이 바닥에 떨어져 정상적인 활동을 거의 하지 못하게 된것입니다.  저희 집에 플라스틱 용기가 유난히 많은 것은 다 그 때 ‘투고 (To Go)’ 하여 거의 매끼 저녁식사를 해결했기 때문입니다.  참 감사한 것은 주님께서는 이 문제도 해결해 주셨습니다.  아직 정상으로 에너지 레벨이 돌아온 것은 아니지만 그때에 비하면 천국과 지옥같을만큼 나아졌습니다.  하지만 3년넘게 해결되지 않은 부분이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암이나 에너지 레벨이라는 큰 산에 가려서 보지 못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어느날 갑자기 더 큰 산으로 앞을 가로막은 것이 있었습니다.  방광 주변의 견딜수 없는 통증과 자력으로 해결할 수 없는 소변문제가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결국 자궁수술을 2차로 하게 되었고 이미 여러분도 아시듯이 방광의 움직이는 부위에 찍혀 있는 15개의 스테이플스 (일명 호치케스) 를 제거했지만 이미 그 부위가 까맣게 변한 걸 봐서 썩기 시작했음이 역력했습니다.  방광 여기 저기에 잡혀 있는 궤양도 발견되었습니다.  아울러서 상태가 좋지않은 맹장수술도 함께 했고 심장이 제대로 작동을 하지 않는 증상 (“Afib”, Atrial Fibrillation 심장세동) 이 발견되어 바로잡아 주는 치료까지 하는 동안, 주님이 이번만큼은 온 몸의 약한 부분을 다 회복시켜 주시기를 갈망했습니다.

통증은 조금 나아졌지만 소변문제는 이전과 다르지 않습니다.  집도한 의사선생님은 당신이 할 수 있는 게 이젠 없다는, 솔직하지만 절망적인 수술결과를 말해주었습니다.  그러던 중 많은 성도님들의 권유도 있고 저 자신이 느끼는 점도 있고 하여 아내의 건강회복에 좀더 치중하려고 합니다.  다음 주에 급작스럽게 한국행을 하게 된 것도 한국의료진의 진료와 치료를 받아보기 위해서입니다.

아울러서 안수집사님들이 강력하게 떠밀다시피 강요하시며 후원해주셔서 안식년을 가지면서 아내의 병을 돌보고자 합니다.  물론 제가 아내에게 해 줄 수 있는게 별로 없겠지만 안식년이라는 말 자체가, 평소에 자신의 건강때문에 좀더 교회 일에 참여하지 못해 가지고 있는 엄청난 정신적 부담의 짐을 아내에게서 조금은 덜어줄 것 같다는 생각과 바램이 있기도 합니다.

하나님이 하시는 일은 참 알다가도 모를 일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이런 와중에 지난 6년 넘게 반쯤 몸담고 신학생들을 가르쳐 온 뉴올리언스 신학대학원에서 공석중인 한국어부 디렉터를 맡아달라는 간청이 들어왔습니다.  건강한 교회를 세우는 것이 사명이라고 강조하는 신학교인만큼 건강한 목회자를 양성하는 일에 도와달라는 간청을 받고 쉽게 뿌리칠 수 없었습니다.  그것도 하나님의 일이요 결국은 목회의 연장이라고 여겨졌기 때문입니다.  저희가 계획하지 않은 모든 일 앞에서, 그리고 그 분의 강권하시는 일에 대해서 저희의 생각을 다 내려놓고 그 분의 뜻하심에 복종하려고 합니다.  그 분이 준비시키시고 인도하시는 길이라면, 주께서 보여주신 비전인 항공모함 교회를 세워나가기 위해 목숨 다해 열심히 달려가겠습니다.

주일강단과 수요강단은 지금처럼 변함없이 제가 지킬 것입니다.  그 외의 사역은 부교역자들과 짐을 나누어 질 것입니다.  그리고 더 많은 부교역자를 모시고 지금껏 해온 것보다 더 활발하고 효율적인 사역이 이루어지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우리 교회가 하나의 지역교회로서만이 아니라 미국과 전 세계에 영향을 끼치는 사역에 쓰임받는 교회로 새롭게 도약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제 아내와 저를 위해서 기도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