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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겨지는 수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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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슈가로프한인교회 작성일24-05-17 14:46 조회14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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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건이 없는 가정은 아마 단 한 가정도 없을 것입니다. 생긴 모양새도 무명실로

보풀보풀하게 짠 직사각형이 거의 대부분입니다. 사용 용도도 마찬가지입니다. 손이나

얼굴, 그리고 샤워 후 몸에 묻은 물기를 닦는 것이 주 목적입니다. 조금의 차이가 있다면

크기와 숫자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데 여러분도 경험해보셨으리라 짐작하지만 그 여러개의 수건 중에서 사람들은

선호하는 타올을 골라서 사용합니다. 물론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얼마전에 아내가

오래된 수건은 강아지들에게 물려주고 새 수건을 몇개 구입했습니다. 색깔도 신선했고

이전의 수건들보다 더 포송포송하고 크기도 훨씬 큰 녀석들이었습니다. 이전의

수건들이 더 이상 주인으로부터 사용받지 못할 것이라는 위기감을 느낄만큼 완벽하게

보였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그것은 쓸데없는 염려에 불과했다는 것입니다. 저는 여전히

이전의 수건을 애용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이유는 지극히 간단합니다. 모양새 좋은

새 수건이 제 구실을 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보기에는 멀쩡한데 사람의 몸에 묻은

물기를 수건이 자기들 몸에 묻히는 것을 싫어하는 것 같기 때문입니다. 물기가 수건에

묻으면 포송포송한 천 안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도무지 흡수되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면

차가운 느낌, 미끌미끌한 느낌이 그대로 전해져 와 자연스레 손이 가지 않는 것입니다.


저는 이 수건을 보면서 참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수건의 아름다움과 가치는

남의 땀이나 물기를 자기 몸에 품어주고 흡수시켜주며 닦아주는 행위에 있는 것이지,

그럴듯한 모양에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수건을 사용할 때마다 절감합니다. 그리고

이것은 하나님 앞에 서 있는 모든 그리스도인들의 삶에도 똑같이 적용되는 원리라는

점을 깨닫게 됩니다. 예수님께서는 짠 맛을 잃은 소금이 버림받아 사람들에게 밟힌다고

말씀하셨지만 그 말씀이 수건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는 것을 알게 된 것입니다.


어찌보면 우리는 수건입니다. 남의 땀을 닦아주고 물기를 없애주는 수건, 예수님은

이것을 ‘섬김’이라는 말로 설명해주셨습니다. 섬김을 실천하려면 구겨져야 하고 내 몸이

남의 땀과 눈물에 젖어야 합니다. 당신은 섬김을 받으려함이 아니라 섬기려 오셨다고

하시면서 구겨진 수건처럼 사시다 가셨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 분의 뒤를 따라 섬김을

실천해야 할 ‘예수의 제자들’인 것입니다.


그리고 이 섬김의 실천은 어떤 대단한 일의 경우에 만이 아니라 아주 사소한 일에도

적용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친교실 자리를 셋팅하는 것이라던지 친교 후 테이블과

의자를 정돈하는 것을 들 수 있습니다. 매주 친교실에서 우리가 편안하게 음식을 나누며

교제할 수 있는 것은 누군가의 섬김이 있기 때문입니다. 음식을 만들기 위해 시장을

보는 분, 토요일에 나와 음식준비를 하는 분들, 주일에는 일찍 나와 1부부터 서빙 하는

분들 등등, 예수님을 사랑하셔서 이 궂은 일을 즐겁게 하시는 분들입니다. 그런데 이

일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래서 짐을 나눠져야 합니다. 셋팅은 2부 예배 후,

정리는 3부 친교 후에 합니다. 테이블과 의자를 까는 일은 5분이 책임을 지고 맡아

주시면 됩니다. 접는 일은 각자 자기가 앉은 의자를 카트에 올려 주시면 됩니다.

노인대학에서는 수업료를 내고 오시는 남녀 시니어 어르신들이 너나할 것 없이

솔선수범하여 동참해 주시는 것을 보면서 큰 감동을 받는데, 주일 친교 친교실 정리는

그보다 훨씬 쉽게 잘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왜냐하면 지정된 특정 소수가 하는

게 아니라 친교하시는 여러분 모두가 하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이 애용하는 수건과 같이 우리 주님으로부터 아낌받는 ‘수건’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교회에서도, 일터에서도, 가정에서도 수건이 필요한 곳, 필요한 때, 제일 먼저

쓰임받는 우리 교회, 우리 교회의 모든 성도님들이 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