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의 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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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슈가로프 작성일17-03-12 15:22 조회2,152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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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필라델피아에 다녀왔습니다. ‘형제 사랑의 시’ (City of Brotherly Love)라는 별명이 붙은 도시이지만 저에게는 이민자로서 겪은 희비애락의 흔적이 곳곳에 많이 남아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돌이켜보면 하나님께서 오늘의 저를 훈련하신 장소이고 그래서 감사해야 할 도시이기도 하지만, 힘들었던 시절이 떠 올라서 일부러 찾아 가고 싶은 마음은 없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그곳에 아내와 작은 아이와 함께 다녀오게 된 이유는 작은 아이가 그곳에서 금년 7월 초부터 대학원을 다니게 되어 거할 곳을 마련해 주기 위해서 였습니다. 초등학교 일학년 때 조지아에 내려 온 아이가 어느새 대학원에 가기 위해 다시 그곳으로 가게 된 것을 보면 그동안 세월이 많이 흐른 것은 분명한가 봅니다. 말 그대로 눈깜짝할 사이에 15년이 지나갔습니다.
아파트를 알아보는 중간에 짬을 내어 3년전에 그곳 드렉셀 대학교에 교수로 직장을 옮겨 이사가신 이정식 집사님 부부를 만나 반가운 교제를 나누었습니다. 교수 식당에 초대해 주어 맛있는 점심식사를 대접받으며 그동안의 회포를 풀었습니다. 대화의 대부분은 역시 교회이야기 였습니다. 그리고 대화의 결론은 항상 ‘우리 교회 좋은 교회’ 였습니다.
두 분을 통해서 듣는 그 지역의 교회 이야기들이 그리 고무적이지 않았습니다. 제가 그곳에서 살 때 규모가 제일 큰 세 교회들이 하나같이 고전하고 있고 지금도 어려워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마음이 아팠습니다. 두 분이 등록한지 3년이 된 교회에서 새가족부 사역을 하는데도 여전히 교회에 적응하고 있는 중이라는 이야기를 들을 때도 마음이 아팠습니다.
두 분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 까?”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어쩌면 이번 필라델피아 방문에서 얻은 가장 큰 소득이 있다면 바로 교회에 관해 깊은 묵상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는 점 일 것입니다. 교회를 향한 우리 주님의 일편단심 사랑의 마음을 생각했습니다. 허구헌날 실망스런 모습으로 부끄러움 투성이인 교회를 변함없이 사랑하시며 “내 사랑아 너는 어여쁘고 어여쁘다” (아1:15)며 당신의 신부로 맞아주시는 주님의 한없는 사랑을 묵상했습니다.
지난 12주간 동안 계시록 강해 ‘재림’ 시리즈 설교를 통해 종말을 준비하는 삶이 무엇인지를 살펴보면서 “어린 양의 혼인 잔치에 청함을 입은 자들이 복이 있도다” (계 19:9)를 결론으로 내리며, 신부로 청함받은 교회된 우리들이 “빛나고 깨끗한 세마포”를 준비하여 결혼식에 참여할 것을 다짐하였습니다.
“성도들의 옳은 행실” (계 19:8)이라고 명확하게 설명된 이 세마포를 준비한다는 것이 가진 의미는 다양합니다. 그리고 이것은 개인적으로만이 아니라 교회적으로도 함께 예비해야 할 일입니다. 이 점에 대해서 앞으로 수 주간동안 주이ㄹ예배 때마다 계시록 2-3장을 중심으로 심도 깊게 살펴볼 것입니다. 계시록 강해를 하면서 이 부분을 뒤로 미루었던 이유도 이것 때문이었습니다.
기억하시겠지만 계시록은 소아시아에 흩어져 있던 일곱 교회와 모든 세대의 교회들에게 주신 주님의 사랑편지입니다. 신부된 교회들이 “빛나고 깨끗한 세마포”로 웨딩드레스를 준비하라고 보내신 메시지인 것입니다. 그리고 이 메시지가 21세기 교회들에게 전달되는 의미가 무엇인지 겸허하게 경청하고 용기있게 실천하기를 힘쓸 것입니다.
교회가 무엇이고, 목사와 교인은 누구이고 이 둘의 관계는 어떠해야 하며, 교회가 예수님과 어떤 관계이어야 하는지, 그 관계를 어떻게 건강하고 아름답게 유지해야 하는지, 겸손히 배울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의 삶에 더 겸손히 적용할 것입니다. 우리 자신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자녀들을 위해서, 그들에게 본이 되기 위해서 그렇게 할 것입니다. 믿음의 유산을 남겨주는 우리 교회가 되기를 간절히 열망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