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종려주일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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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슈가로프한인교회 작성일24-03-22 14:09 조회177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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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려주일이란 명칭은 예수님께서 십자가를 지시려 예루살렘 성에 들어가실 때 뜻밖에도
사람들이 “호산나 호산나” “찬송하리로다 주의 이름으로 오시는 왕이여 하늘에는
평화요 가장 높은 곳에는 영광이로다” 하면서 예수님을 환영했는데, 그 때 그들이
종려나무 가지를 들고 흔들면서 맞이해 드렸던 것에서 기인한 명칭입니다. 승리의
입성이라고도 하는 이 날을 교회는 기념하면서 부활절 전 주를 종려주일로
지켜왔습니다.
첫 번째 종려주일에 사람들은 예수님의 예루살렘 입성을 왕의 귀환처럼 반기며
환영했지만, 사실 예수님은 그들의 기대처럼 로마군을 몰아내고 다윗의 나라를
회복시킬 왕으로 오신 것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저주의 상징인 십자가에 매달려
죽으시기 위한 발걸음이었습니다. 결국 예수님께서는 백성들의 실망과 지도자들의
음모의 희생양이 되어 “호산나”의 환성이 “십자가에 못박으라”는 고함과 함께 십자가에
못박히셨습니다.
그 은혜로 구원받아 그리스도의 제자가 된 교회는 ‘호산나’가 ‘십자가’가 되기를
주저하지 않아야 하는 기가막힌 운명 공동체가 되었습니다. “아무든지 나를
따라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르라”시던 예수님의
부르심은 바로 교회의 정체성을 정립해주시는 말씀입니다. 교회는 승리의 입성으로
예루살렘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십자가 길을 따라 예루살렘 성 밖으로 나가는
존재이어야 합니다. 왕으로 높임받음과 대접받음을 내려놓고 희생 제물로 낮아짐과
버림받음을 끌어안는 것이 교회, 즉 그리스도인됨의 의미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세계 평화’나 ‘국가와 민족’ 혹은 ‘세계 선교’ 등등 듣기에도 그럴싸하고
보기에도 모양새가 나는 그런 대단한 것 에서만이 아니라 ‘아골 골짝 빈들’이나 ‘소돔
같은 거리’에서도 붙들고 추구해야 할 가치입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일, 아무도
관심 기울여주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그리스도의 제자되어 예수님처럼 생각하고
예수님처럼 말하고 예수님처럼 행동하는 것이 십자가 길을 걸어가는 성도의
모습입니다. 칭찬과 영광과 화려함을 구하지 않고 오직 하늘 아버지의 뜻을 구하는
겟세마네의 고뇌와 골고다 언덕을 향해 오르는 고통이 주님 앞에서 아름답고 복된
것입니다.
언제부터 인가 교회 안에 그리고 그리스도인들의 가치관 속에 ‘십자가’보다는
‘호산나’가 더 소중한 가치로 자리잡아 불편함과 부족함보다는 편안함과 넉넉함이 복의
대명사처럼 받아들여졌습니다. 행복의 이유가 뒤틀리고 사람들과의 관계가 뒤틀린
가치관 위에 세워지고 신자로서 살아가는 방법이 세속적이 되어가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이렇게 어그러진 시대를 과연 어떻게 치유하고 회복할 것인가를 우리는
고민해야 합니다. 그것이 우리의 관심이어야 하고 실천코자 수고하는 바 이어야 합니다.
금년 종려주일 그리고 고난주간동안 우리의 영성이 그렇게 원래대로 조율되고 새롭게
자리매김될 수 있기를 갈망합니다. 그리스도를 따른다는 의미가 무엇인지 돌아보고
우리 자신을 성찰해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복음서에 기록된 예수님의 이 땅에서의
마지막 일주일 간의 이야기를 읽고 묵상하면서 흐트러진 우리의 모습을 바로 일으켜
세우고 “일어나라 함께 가자”시는 예수님을 따라가는 새로운 시작이 시작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