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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발탄이 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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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명천 작성일07-01-23 05:13 조회2,24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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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부터 TV와 라디오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하루 전엔 금방이라도 무슨 일이 날 것 같았습니다. 그 날 당일엔 새벽부터 신경이 곤두섰습니다. 그러면서도 내심, "그래 이곳 아틀란타의 겨울 맛이 얼마나 센지 두고보자" 그런 마음이 생겼습니다. 새벽기도회에 갈 때도 괜찮았고 아침 때만해도 별 차이가 없었습니다. 그러던 것이 정오쯤 돼서부터 하늘이 더 어두워지고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드디어 올 것이 오는구나."
그랬습니다. 정말 올 것이 오는 줄 알았습니다. 인터넷에서 레이다를 통해 확인해보니 예보된 대로 텍사스 쪽에서부터 검은 비구름이 아틀란타를 이미 뒤덮기 시작했습니다. 라디오를 틀어보니 거의 모든 학교의 방과 후 활동이나 그 날 저녁의 모든 행사가 취소된다는 내용으로 가득 찼습니다.
교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마침 수요일이라 교회마다 삼일예배를 취소한다는 뉴스가 계속 흘러나왔습니다. "아, 여긴 대단한가보다." 조금씩 걱정이 되었습니다. 싱겁게 훌쩍 키만 큰 그 많은 소나무들이 얼음을 머리에 이고 비틀거리다 픽픽 쓰러지는 모습이 머리에 떠올랐습니다. 정전사고로 암흑천지로 변해버리고 추위와 굶주림에 고생할 생각을 하니 끔찍했습니다. 몇 년 전 필라델피아에서 겪었던 그 상황과 너무 흡사하게 설명하며 경고하는 뉴스를 들으며 전화기를 들었습니다. 주소록에 나와있는 순서대로 교우들에게 전화하기 시작했습니다. "오늘 수요예배 없습니다. 내일 새벽기도회도 없습니다." 지금은 괜찮지만 날이 어두워지면서부터는 얼어붙은 비가 내릴 거라는 경고를 상기시키며 조심하자는 말을 덧붙이는 것도 잊지 않았습니다. 멀쩡한 날에도 툭하면 교통사고 나는 이곳 사정을 감안하면 지극히 당연한 처사였고 염려였습니다.
아! 그런데 아무렇지도,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그 날 밤이 지났고 따뜻하게 아침을 맞고 말았습니다. 뉴스에서 경고한대로 되었더라면 그나마 목사 체면이 좀 살았을 텐데 말입니다. 그러면서 일기예보를 과장해서 보도한 싱거운 사람들을 탓하기 시작했습니다. "별것도 아닐 걸 가지고 그 야단법석을 떨었다" 고 말입니다.
그런데, 아! 그게 아니었습니다. 뉴스에서 계속 흘러나오는 소식은 그런 생각을 잠시나마 했던 저를 부끄럽게 했습니다. 켄터키와 바로 이웃 동네나 마찬가지인 테네시와 사우스 케롤라이나에 아이스 스톰과 폭설로 백오십만 가구와 기업체가 전기가 끊긴 채 추위에 떨며 교통난에 고생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숫자는 지난 1989년 허리케인 휴고로 인해 입은 정전피해보다 더 심각한 것이라는 보고입니다. 그 뿐 아닙니다. 버지니아, 워싱턴, 펜실베니아, 뉴욕등 미동부에 쏟아진 눈으로 다친 사람, 죽은 사람,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생겼고 엄청난 재산피해를 입었다는 것입니다. 사망자만도 20명이나 된다고 합니다. 밑에서 올라오는 더운 저기압성 비구름이 조금만 늦게 왔거나 위에서 내려오는 고기압성 차가운 바람이 조금만 일찍 왔더라면 우리도 꼼짝없이 당했을 수난이었는데, 정말 간발의 차이로 모면하였던 것입니다.
정말 큰일날 뻔했는데, 그 위기에서 기가 막힌 타이밍으로 무사할 수 있었는데, 그 사실보단, 염려했던 일이 현실로 벌어지지 않았음을 오히려 탓하는 심보는 참 이상한 심보인것 같습니다. 일상의 평범함이 사실은 큰복이 됨을 잊어버리고 어떤 극적인 일에만 관심을 두는 것이 우리의 어쩔 수 없는 약점인가 봅니다. 그래서 이번 헤프닝을 통해 한 가지 터득한 진리가 있습니다. 불발탄이 복이다 라는 것입니다. 오늘도 나와 교우들의 삶 속에서 쉴 새 없이 터지는 불발탄으로 인해 하나님을 찬양합니다.

12/8/2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