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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 빼기의 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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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슈가로프한인교회 작성일20-01-11 12:26 조회2,30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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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특새가 어제 은혜 가운데 성료되었습니다.  열심히 동참해 주신 모든 분들께 뜨거운 박수를 드립니다.

 

그런데 특새를 마무리하는 말씀이 참 희한하게도 “큰 위엄을 갖추고” 와서 재판자리에 앉아있던 아그립바 왕 2세와 버니게 이야기였습니다.  그들의 라이프 스타일 (오누이 사이였으나 사실은 부부관계)로 미루어보아 온 세상 사람들의 구설수에 올랐을 부끄럼 투성이를 온갖 치장으로 가리고 목에 잔뜩 힘을 준 모습이 소개되었습니다.

 

거기에 비해 죄수의 신분으로 취조를 받던 사도 바울의 모습은 그렇게 당당할 수가 없습니다.  “오늘 당신 앞에서 변명하게 된 것을 다행히 여기나이다” (행 26:2)고 말했는데 “다행히 여긴다”는 말의 본 뜻은 ‘나는 나 자신이 행복하다고 여긴다’입니다.  이유는 ‘변명하게 된 것’인데, 사실은 자기의 무죄함을 위한 변명이 아니라 예수님을 증언하는 변증이었습니다.  그랬던 그가 이런 말까지 아그립바 왕에게 하게 됩니다.  “이렇게 결박된 것 외에는 나와 같이 되기를 하나님께 원하나이다” (행 26:29).

 

여기서 우리는 대조적인 두 사람을 만납니다.  잔뜩 부풀리고 쇼업하던 아그립바, 그리고 힘 빼기의 도사인 전도자 사도 바울.

 

우리는 어려움에 맞딱뜨린 사람을 향해 “힘 내시라”고 격려의 말을 합니다.  그리스도인들이 항상 실천해야 할 언어습관입니다.  그런데 때때로 힘을 빼야 할 때가 있습니다.  물에 빠져 허우적 거리는 사람은 힘을 빼야 합니다.  그래야 구조가 가능하고 본인 스스로도 마음의 평정을 찾아 사태를 수습할 시작이 마련될 수 있습니다.

 

한 주간 동안 ‘된통’ 감기몸살을 앓아보니 느끼는 점이 참 많습니다.  그 가운데 하나가 힘 빼기의 은혜입니다.  힘 주지 않는 라이프 스타일, 힘 주지 않는 리더십을 강조하며 그렇게 살겠다고 다짐하며 왔는데, 일주일 동안 앓아보니 저도 모르는 사이에 제 모습 여기 저기에 잔뜩 부풀려지고 힘이 들어간 곳이 많아 보입니다.  몸은 고달프지만 – 몸살은 몸이 살려달라는 절규의 약자라고 어느 분이 하시더군요 – 힘빼는 시간이 되니 이것도 은혜요 감사할 일임이 분명합니다.

 

참 신기한 것은 제 Family Doctor이신 문효성 장로님이 진료를 해보시더니 증상은 분명히 독감인데, 검사 결과는 독감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릴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고, 정말 오랜 만에 앓아 누운 시기가 신학교 사역 7년째가 되어 신학교에서 안식년을 준 2020년 1월이 시작하자 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탈이 났다는 것도 참 희한합니다.  정신력이 약해져서 일 수도 있겠지만 이참에 확실히 힘도 빼고 휴식도 하라시는 깊으신 뜻이 있는 것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해 보기도 합니다.

 

오늘 예배 후, 문 앞에서 한 분 한 분 손잡고 반가운 인사를 나눠드리지 못함을 널이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아프지 마세요.

사랑합니다.

축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