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밥을 먹는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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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슈가로프 작성일12-03-11 11:45 조회1,611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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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웨칭에 있는 어느 교회에는 “의무 식사”라는 좀 특이한 시간이 있다. 예배를 마친 교우들이 의무적으로 식사를 하도록 교회가 장려한데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왜 의무적으로식사를 하도록 장려할까? 이유는 간단하다. 서로간에 소통과 이해의 시간이 되어 공동체에 친밀감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한민족에게 “밥”은 그냥 밥 이상의 많은 의미를 부여한다. 우선 인삿말부터 ‘밥’이 들어간 표현이 참 많이 있다. 안녕한지를 물으면서 정작 표현은 ‘식사하셨느냐?’ 고 묻는다던지, 만나서 세상사는 이야기를 나누자는 말을 ‘한번 식사나 같이 하자’고 표현하는 것이 그렇다. 그래서 외국사람들이 우리들의 이런 표현에 많이 어색해한다고 한다.
예수님의 삶과 사역을 말해주는 복음서에도 보면 밥을 먹는 장면이 생각보다 많이 나온다. 예수께서 바리새인과 식사하셨는가 하면 그 바리새인들이 증오하는 세리나 죄인들과도 식사하셨다. 제자들과 마지막 하셨던 식사는 “마지막 만찬”이라고 하여 특별한 의미를 두며 더 나아가 오늘날까지 “성만찬”으로 발전하게 된다.
예수님 당시 유대교에서도 식사는 큰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그들에게 누가 누구와 어디서 무엇을 먹느냐는 큰 관심거리였고 사회적 의미만이 아니라 종교적 의미를 부여해 밥을 먹는 일을 가지고 ‘정결’을 논하기도 했다. 그래서 세리와 죄인들과 식사하시는 예수님을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이다.
우리 교회가 지금까지 2부예배 후 온 교인이 함께 점심식사를 해 온 것은 감사하고 복된 일이라고 믿는다. 소수민족으로 이 땅에서 살아가면서 겪는 여러가지 어려움을 함께 나누며 소통하고 서로를 이해하는 데 꼭 필요한 시간임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 교우들의 수가 늘어나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만큼 많이 힘드는 일이 되었지만 포기할 수 없고 포기하고 싶지 않은 훌륭한 전통이라고 믿는다. 훗날 우리의 자녀들이 이 날들을 기억하며 그들도 그들만의 아름다운 전통을 만들어가도록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가치가 있다고 본다.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근래에 음식을 너무 많이 남긴다는 것이다. 쌀 한톨이 밥상에 오르기까지의 과정을 시골에서 보면서 자란 터라 개인적으로 마음이 영 불편하기도 하지만, 이 땅에 굶어 죽는 이들을 생각해서라도 음식을 버리는 일은 없도록 최선을 다했으면 좋겠다. 우리의 것이면 버려도 된다고 할지 모르겠지만 엄격히 말하면 우리가 먹음으로써 다른 사람이 먹지 못하게 되는 것이나 마찬가지일터, 최소한 버리는 일만이라도 지양한다면 남의 입에 들어갈 밥을 땅에 버리는 일은 없어질 것이다.
그리고 자기 컵 사용하기와 일회용품 사용하지 않기 캠패인은 우리 교회가 전교인 점심식사를 하는 동안 앞으로도 계속 실행했으면 좋겠다. 설겆이가 힘드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 일은 사랑하는 교우들을 정성으로 섬기는 일이요 그것이 바로 복임을 인정한다면 일년에 몇 차례 주어지는 순서를 기쁘게 감당할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이 일은 이 땅에 아름다운 흔적을 남기는 일이다. 다른 교회들이 우리를 보면서 ‘저 교회도 하는데 우리도 해보자’는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신나는 일이기도 하다. 달리는 말에 채찍질한다는 말이 있던가? 잘하고 있지만 조금만 더 잘해보자는 뜻에서 드린 말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