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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오는 문턱에 서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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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슈가로프 작성일13-09-23 10:27 조회1,74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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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오는 문턱에 서면 괜시리 시흥이 떠올라 몇 자 끄적이다가 지워버리고 다시 자판을 두들기다가 없애버리기를 반복하곤 합니다. 가을이 천고마비의 계절이라고 했던가요? 하늘이 높고 말이 살찌는 계절, 이 계절이 높은 하나님의 은혜 앞에 감격하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행복한 계절이 되기를 바랍니다.

비록 제가 지은 시는 아니지만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 싶은 시 한편을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제목이 뜻밖에도 "어느 무신론자의 기도 1"과 "어느 무신론자의 기도 2"입니다.

이어령씨의 [지성에서 영성으로]에 나오는 그 분의 진솔한 고백입니다.


어느 무신론자의 기도 1


하나님

당신의 제단에

꽃 한 송이 바친 적이 없으니

절 기억하지 못하실 겁니다.


그러나 하나님

모든 사람이 잠든 깊은 밤에는

당신의 낮은 숨소리를 듣습니다.

그리고 너무 적적할 때 아주 가끔

당신 앞에 무릎을 꿇고 기도를 드립니다.


하나님

어떻게 저 많은 별들을 만드셨습니까

그리고 처음 바다에 물고기들을 놓아

헤엄치게 하셨을 때

저 은빛 날개를 만들어

새들이 일제히 날아오를 때

하나님도 손뼉을 치셨습니까.


아! 정말로 하나님

빛이 있어라 하시니 거기 빛이 있더이까.


사람들은 지금 시를 쓰기 위해서

발톱처럼 무딘 가슴을 찢고

코피처럼 진한 눈물을 흘리고 있나이다.


모래알만 한 별이라도 좋으니

제 손으로 만들수 있는 힘을 주소서


아닙니다. 하늘의 별이 아니라

깜깜한 가슴속 밤하늘에 떠다닐

반딧불만 한 빛 한 점이면 족합니다.


좀더 가까이 가도 되겠습니까.

당신의 발끝을 가린 성스러운 옷자락을

때묻은 손으로 조금 만져 봐도 되겠습니까.


아! 그리고 그것으로 저 무지한 사람들의

가슴속을 풍금처럼 울리게 하는

아름다운 시 한 줄을 쓸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시겠습니까.


하나님


어느 무신론자의 기도 2


당신을 부르기 전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당신을 부르기 전에는

아무 모습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제 아닙니다.

어렴풋이 보이고 멀리에서 들려옵니다.


어둠의 벼랑 앞에서

내 당신을 부르면

기척도 없이 다가서시며

"네가 거기 있었느냐"

"네가 그동안 거기 었었느냐"고

물으시는 목소리가 들립니다.


달빛처럼 내민 당신의 손은

왜 그렇게도 야위셨습니까.

못자국의 아픔이 아직도 남으셨나이까

도마에게 그렇게 하셨던 것처럼 나도

그 상처를 조금 만져볼 수 있게  하소서.

그리고 혹시 내 눈물방울이

그 위에 떨어질지라도

용서하소서.


아무 말씀도 하지 마옵소서.

여태까지 무엇을 하다 너 혼자 거기 있느냐고

더는 걱정하지 마옵소서.

그냥 당신의 야윈 손을 잡고

내 몇 방울의 차가운 눈물을 뿌리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