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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슈가로프 작성일14-08-17 14:24 조회1,66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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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의 가장 위대한 지성 중 하나로 꼽혔던 독일의 정신분석학자이자 사회 철학자인 에릭 프롬은 그의 말년에 쓴 [소유냐 존재냐]라는 책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존재감을 ‘내가 가진 것’에서 찾고 더 나아가서 ‘내가 가진 것을 소비하는 것’에서 추구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들은 자기가 가진 것이 많을 수록, 그리고 원하는 것을 위해 마음껏 소비할 수 있을 수록 자신의 존재가치가 높아진다고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요즘은 생각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즉, 지금은 ‘누릴 수만 있다면 더 이상 소유에 집착하지 않는’ 생각이 지배적입니다. 옛날에는 ‘내 것’과 ‘네 것’을 철저하게 구분했지만 지금은, 특히 젊은이들은 ‘상호의존적이고 공존지향적인 소비가치’를 더 소중하게 여긴다고 합니다. 인터넷을 비롯한 네트워크 기술의 발달로 비롯된 정보의 활발한 교류와 글로벌 경제위기로 비롯된 넉넉치 않은 주머니 사정 때문에 신개념의 ‘무소유’ 의식이 젊은 세대 가운데 퍼져간다는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세 개의 독특한 소비가치가 자리잡게 되었는데 첫째가 ‘렌탈리즘’입니다. 비싼 돈을 지불하여 내 것으로 삼는 것 대신에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을 들여서 원하는 만큼의 즐거움을 느끼고자 하는 동기에서 나온 소비의식입니다. 넉넉치 않을 때 무조건 소비를 줄이는 것은 더이상 미덕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요즘의 대세라고 합니다. 우스개말로 변화를 추구하는 것을 기업의 모토로 삼은 모 기업이 ‘와이프와 자식을 빼고 다 바꿔라’는 말을 바꿔서 ‘와이프와 자식을 빼고 다 렌트해라 (빌려써라)’는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는 셈입니다.


또 하나의 소비가치는 ‘쉐어리즘’인데 ‘아나바다’ (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바꿔 쓰고, 다시 쓰고)가 조금 진화한 모습입니다. 내게 필요없는 것을 남에게 나눠주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도 소중한 것이지만 남이 가질 수 있게 하고 남에게 소중한 것도 내가 가질 수 있는, 그래서 서로서로에게 도움이 되고자 하는 소비가치입니다. 휴양지에서 이미 폭넓게 활용되고 있는 ‘타임 쉐어’ (별장지를 각자가 원하는 때에 사용할 수 있도록 운영하는 제도) 라던지, ‘홈스테이’ (자신의 주거공간을 여행자들에게 제공하는 제도) 가 좋은 예가 됩니다.


세번째 소비가치의 독특한 양상은 ‘도네이즘’입니다. 이것은 한마디로 기부하는 것을 말합니다. 일년이 가도 손길조차 가지 않는 물건을 애지중지 끌어안거나 움켜쥐는 것 대신에 가슴을 열고 손을 펴서 필요한 이들에게 과감하게 기증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상의 분석은 [트렌드 코리아 2013]에 나오는 내용에 제가 약간의 설명을 덧붙인 것입니다.  다분히 소비자의 의식을 분석하여 거기에 맞는 사업전략을 구상하기 위해 시작된 연구결과입니다.  그런데 저는 이러한 원리가 영적인 면에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남침례교단 산하의 라이프웨이 리서치 기관의 조사 결과에 의하면 미국의 열 개 교회 중 아홉 개가 교인수가 줄어들거나 인구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침체된 교회라고 합니다.  그리고 그 원인 중 심각할 정도로 강력한 원인은 소비자 심리 혹은 잘못된 소비가치에 입각한 교회관이라고 합니다. 교회를 그리스도의 몸으로서의 존재적 가치로 이해하지 않고 내가 무엇인가를 얻어내어 나의 소유를 늘려주는 소유적 가치로 이해하는 것이 치명적인 원인이라는 것입니다. 상당히 일리가 있는 분석이라고 생각합니다. 언젠가 기회가 되는대로 이 점에 대해서 여러분과 함께 고민하고 해결방안을 찾는 작업을 하려고 합니다.


교회는 주님의 소유입니다.  그리고 교회의 지체인 모든 성도들도 결국은 주님의 것입니다.  그것이 우리의 존재가치이고 교회의 정체성입니다. 그 외의 가치나 정체성은 우상숭배사상에서 기인한 것일 뿐입니다. 시대가 아무리 변하고 사상이 요동친다해도 하나님의 말씀은 영원하며 하나님의 자녀들 (교회)을 향한 주님의 기대는 변함없습니다. 소유 (Having)가 아닌 존재 (Being)에 더 많은 관심을 쏟고 수고하는 우리 모두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