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슈가로프 작성일14-05-11 13:29 조회1,584회 댓글0건관련링크
본문
우리가 사는 이곳에서는 오늘을 어머니날로 정하고 어머니의 사랑과 희생에 감사하고 기념합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말, 어머니. 하지만 자식들의 마음을 가장 부끄럽게 하는 말, 어머니. 오늘의 목회자 칼럼은 심순덕 시인의 글로 대신합니다. 컴퓨터 화면과 자판기를 물끄러미 한참이나 바라보지만 한 줄도 쓸 수가 없어서 입니다.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하루 종일 밭에서 죽어라 힘들게 일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찬밥 한 덩이로 대충 부뚜막에 앉아 점심을 때워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한겨울 냇물에서 맨손으로 빨래를 방망이질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배부르다, 생각 없다, 식구들 다 먹이고 굶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발뒤꿈치 다 헤져 이불이 소리를 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손톱이 깎을 수조차 없이 닳고 문드러져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아버지가 화내고 자식들이 속썩여도 끄떡없는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외할머니 보고 싶다.
외할머니 보고 싶다.
그것이 그냥 넋두리인 줄만…
한밤중 자다 깨어 방구석에서
한없이 소리 죽여 울던 엄마를 본 후론
아! 엄마는 그러면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