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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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슈가로프 작성일16-06-12 14:04 조회1,907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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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메모리얼 데이를 깃점으로 휴가철이 시작되었습니다. 특히 어린 자녀를 둔 가정은 자녀들의 방학을 맞아 모처럼 가족만의 오붓한 시간을 갖기도 합니다. 이민자로 살지만 틈틈이 짬을 내어 자녀들과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가시기를 바랍니다.
물론 추억만들기에 너무 집중하다보면 휴가라는 말이 무색할만큼 더 피곤하고 지친 몸과 마음으로 돌아올 수도 있습니다. 사실 큰 맘 먹고 떠나는 휴가일수록 이런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습니다.
휴가란 말은 ‘쉴 겨를’이라는 뜻입니다.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좀 한가로운 분위기에서 쉬는 시간을 휴가라고 합니다. 이것은 하나님의 창조질서에 속한 중요한 내용이기도 합니다. 어느 분이 창세기 1장에 나오는 천지창조의 내용을 해석할 때 일곱째날 하나님의 창조에 대해 설명하기를, ‘하나님께서는 일곱째날에 고요, 평온, 평화, 휴식을 창조하셨다’고 했습니다. 하나님께서 아무 것도 하지 않으신 날이 아니라 인간을 위해 중요한 것을 창조하신 날이었다고 설명한 것입니다.
한번은 초기 교회 중 하나인 서머나교회의 감독이었던 폴리캅이 자고새 한마리와 놀고 있었는데 길 가던 사람이 ‘성자라는 분이 어떻게 새와 놀며 시간을 보내고 있느냐?’며 볼멘 소리를 했다고 합니다. 그러자 폴리캅 감독이 “활도 사용하지 않을 때는 줄을 풀어 놓아야 합니다. 그래야 활의 구실을 다 할 수 있는 법입니다”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휴가 또는 휴식은 또 다른 창조를 위한 에너지 충전의 시간이요 도약의 발판에 해당하는 ‘겨를’인 것입니다. ‘겨를’이란 “어떤 일을 한 후 잠시 다른 일을 할 여유” 혹은 “어떤 일을 하다가 생각 따위를 다른 데로 돌릴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를 가리킵니다.
결국 휴가는 휴식이 주는 편안함만을 위한 쉼, 즉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다시 일하기 위한 쉼, 즉 하나님을 더 열심히 섬기기 위한 쉼이어야 하는 것입니다. 단순히 노는 기간을 넘어 창조의 기간으로 삼아야 합니다. 그리고 이것은 두 가지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모든 사람들, 특히 그리스도인들에게는 하나님의 창조질서에 순응하고 지켜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는 것, 그리고 휴가의 참된 의미에 맞는 쉼을 갖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요즘 많은 교우들이 여행중이시거나 여행 계획을 가지고 계시고 또 우리교회를 방문하시는 분들이 매주마다 계십니다. 물론 일년 열 두달이 가도록 일에 치어 휴가를 그림의 떡처럼 바라만 보는 분들도 많이 계십니다. 하지만 “재테크보다 중요한 것은 시테크이고 시테크보다 중요한 것은 쉼테크이다”는 말처럼 휴가에 대한 시각이 조금은 바뀌면 좋겠습니다.
도끼로 벌목하는 시절에 어느 젊은이가 새로 취업을 하고 젊음과 패기로 하루 종일 열심히 작업에 임했습니다. 중간 중간에 한가로이 잡담하는 듯 보이는 선배들을 경시하며 분초를 쪼개어 성실하게 나무를 짤라냈습니다. 그리고 작업이 끝나는 금요일 오후, 그동안 작업 업적에 따라 봉급을 받을 때 두 가지 점에서 놀랐다고 합니다. 첫째, 생각보다 자기가 벌목한 나무 숫자가 많지 않아 봉급 수령액수가 그리 많지 않았다는 것, 둘째, 틈만나면 한가로이 잡담이나 하며 쉬는 것 같았던 사람들이 자기보다 벌목한 나무 숫자가 더 많았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깨달은 사실이지만 한담하며 시간을 보내던 그들이 사실은 에너지를 충전하는 중이었고 도끼날을 갈았으며 그것이 업무 업적을 높여주는 비밀이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우리 교우들이 한 분도 빠짐없이 단 며칠동안 가까운 곳에라도 휴가를 다녀오시면 좋겠습니다. 서광원이 지은 [사장으로 산다는 것]이라는 책에 “사장은 새가슴”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외람된 말씀이지만 목사도 새가슴인 것 같습니다. 교우들이 평생 휴가 한 번 못가는 현실 앞에서 휴가간다는 게 전혀 마음이 내키지 않으니 말입니다. 이런 저런 일로 출타할 때도 사실은 그래서 마음이 편하지가 않습니다. 언제 새가슴이 사자 가슴이 될지 모르겠습니다.
이번 주에 90도를 훨씬 넘어 100도에 가까운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된다고 합니다. 틈틈이 물도 마시고 술 겨를도 내시고 좋은 음식 기쁘게 드시며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나 그리고 무엇보다도 영적으로 온갖 무더위를 이기는 한 주 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