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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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슈가로프한인교회 작성일21-11-27 09:39 조회762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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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랑잎이 떨어진다
또 떨어진다
먼저 떨어진 가랑잎이
나중 떨어진
가랑잎 곁에
다가가 묻는다
‘어디 다친데는 없니?’
권영상 시인의 ‘가랑잎들’이라는 시입니다. 높은 곳에서 세상을 내려다보던 위치에서 땅바닥으로 추락한 마당에 신세 한탄하기도 바쁠텐데, 이제 막 떨어져 정신 없어 할 ‘후배 가랑잎’을 향해 배려해주는 따뜻한 마음이 돋보이는 시입니다. 그리고 오늘 이 시대에 우리 모두에게 꼭 필요한 교훈을 주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며칠 전 교회 앞 마당에 있는 두 그루의 감나무에서 감을 땄습니다. 눈길 한 번 제대로 주지 않았는데도 자신들의 본분을 성실하게 잘 감당한 감나무들이 대견하고 한편으로는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있는 감 몇 알은 그냥 남겨두었습니다. 까치밥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과 함께.
우리 조상들은 콩 세알을 심으면 하나는 새와 짐승, 하나는 땅 속 벌레, 그리고 마지막 하나는 사람의 몫으로 생각했다고 합니다. 궁색한 삶에 과연 그렇게까지 했을까 싶지만, 적어도 그런 삶의 태도로 농사를 지었을 것입니다. 물론 오늘날과 같은 무한 경쟁의 시대에 이런 이야기는 동화 속에서나 나올 법하다고 여겨버리는 것이 대세이겠지만요.
여덟 명의 자녀와 함께 두 부부가 서커스 장 매표소 앞에서 들뜬 마음으로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부부의 대화 내용을 미루어 짐작해볼 때 열 명의 온 가족이 서커스 구경을 하는 것이 이번으로 처음이었음이 분명했습니다. 아내되는 분은 남편을 자랑스럽게 쳐다보았고 남편되는 분은 흐뭇한 미소로 아내를 바라보았습니다. 아이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기대에 잔뜩 고무되어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드디어 순서가 되어 표를 사려는 가장의 얼굴에 절망적인 표정이 역력했습니다. 충분한 돈을 가지고 있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 때 뒤에 있던 한 남자가 슬그머니 지폐 한 장을 떨어뜨리더니 다시 주워 들고 절망하던 남자의 어깨를 두드리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방금 전에 이것을 떨어뜨렸는데요.”
『Chicken Soup for the Soul, 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 라는 책에 실화라고 소개된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가 이렇게 끝이 납니다. “그날 저녁 우리는 서커스 구경을 못했지만 마음은 결코 허전하지 않았다.” 배려의 진수를 가르쳐주는 감동적인 이야기라고 생각하는데요, 오늘은 내친 김에 짧지만 여운이 오래가는 감동적인 이야기를 하나 더 소개해 드립니다.
바로 간디 이야기인데요, 급하게 탑승하던 나머지 신발 한 짝이 벗겨졌고 때 마침 기차가 출발하는 바람에 주울 수가 없는 상황에서 간디는 갑자기 다른 한 짝을 벗어서 떨어진 신발 옆에 던졌습니다. 간디의 이런 돌발 행동에 놀란 동행하던 사람들이 그 이유를 묻자 간디가 이렇게 말했답니다. “어떤 가난한 사람이 신발 한 짝을 주웠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아무런 쓸모가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신발 한 켤레를 제대로 갖게 되지 않겠습니까?”
찬 바람이 불고 코로나 바이러스의 여진이 아직도 계속되는 이번 겨울에 그리스도의 제자로서의 삶을 ‘배려’라는 키워드와 함께 살아가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