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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쓰시겠다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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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슈가로프 작성일10-03-29 09:04 조회1,73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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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졸업 시 정신병원에서 인턴쉽을 한 경험이 있다. 병원 소셜워커로 일할려고 신청하였는데 정신과에서 일하는지 모르고 간 것이다. 일 주일이 지난 후 내 인생에서 손 꼽을 수 있는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나와 같이 일하던 인턴이 한 환자로 부터 강탈을 당할뻔 한 것이다. 그 때 나도 같이 있었는데 그 환자는 인턴을 데리고 의논할 것이 있다며 옆 방으로 갔다. 그 후, 여자가 지르는 소리를 듣고 바로 가 본 나는 정말 기절할뻔 했다. 마른 몸매의 환자에게 무슨 힘이 있기에 나보다 두 배 만한 여자의 옷은 다 벗겨지고 흐트러진 머리며 뻘건 그 얼굴을 지금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으니, 그때의 충격은 대단한 것이었다.
그 사건 이후 나는 1주일 동안 끙끙 앓으며 일을 못갔다. 너무 충격적이기도 했지만 만약 그런 일이 나한테 생기면 어떡하나 하는 두려움을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나님이 소셜워커 또 family therapist가 되라고 분명히 응답하셨지만 이건 아니다 하며 일어나지도 못하고 끙끙 앓았다. 그러던 중 아주 친한 분으로부터 테레사 수녀님의 자서전을 소개받고 읽게 되었다.
모든 일을 하나님의 눈으로 보고 길가에 있는 거지들도 예수님에게 하듯 섬기며 그들의 발도 예수님 발처럼 깨끗이 씻겨 드리라는 그녀의 글을 읽으면서 한 없이 울었던 생각이 난다. 구원받을 때 이후로 두 번째로 많이 울었던 울음이었다. 그리고 내 가슴에는 표현할 수 없는 평화가 몰려왔다. 그리고 그들이 너무 불쌍하게 보였다. 겁탈할려고 했던 그 환자도 말이다. 왜냐하면 그 환자는 성욕을 끊게 하려고 약을 먹게 하고 가장 치안이 잘 된 층으로 옮겨졌기 때문이다. 어디서인지 모르게 다시 병원으로 갈 용기가 생겼다. 그 후로부터 항상 눈을 앞뒤로 달고 일하라고 하는 수퍼바이저 말을 철저히 들었다. 구두도 낮은 신발로 바꿔 신고 말이다.
여하튼 내 마음은 평안하였다. 어렸을 때부터 병원에 들어와 이제는 어른이 되어버린 키가 거인만한 남자 환자와도 수집한 우표를 교환하는 여유도 생겼다. 그들이 정말 불쌍했다. 보험이 없어 정부가 운영하는 병원에 들어와야 하는 대부분의 환자들은 홈리스 사람들이었다. 한국 환자들도 있었다. 한국 사람인 내가 옆에 있어 너무 든든하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
거의 30년이 되어가는 지금 하나님이 베푸신 그 특별한 기회, 내 인생을 뒤집어 놓을만큼 큰 사건이었지만 그 일이 계기가 되어 지금은, 하나님께서 너무도 많은 것으로 나를 써주고 계신다. 그 일 이후 병원에 있는 환자로부터 홈리스들, 육체적, 정신적, 성적으로 학대 당하는 아이들과 청소년 담당 소셜워커/가정상담원으로, 남침례교 국내선교부 지역사회복지과와 국내 선교사 파송부 인사과, 그리고 교회의 사모로 일하게 허락해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그 때 왜 나에게 그런 평안함을 주셨을까? 만약 그 평안이 없었다면 오늘의 나는 없었을 것이다. 예수님이 예루살렘에 입성하실 때 쓰시고자 하셨던 나귀새끼처럼 “주가 쓰시겠다 하라…”를 생각하며 오늘도 겸손히 주님을 찬양한다.

서영선 사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