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소개


Service

담임목사칼럼 교회소개담임목사칼럼

평양에 잘 다녀왔습니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슈가로프 작성일14-05-25 13:28 조회1,683회 댓글0건

본문

교우 여러분의 기도에 힘입어 평양에 잘 다녀왔습니다.  여러분이 이 글을 읽으실 때 쯤 저는 아직 암스테르담에서 아틀란타를 향해 가는 비행기 안에 있을 것입니다. 주일 저녁 8:30경에 아틀란타 도착 예정이라고 합니다. 저는 지금 이 칼럼을 베이징에서 쓰고 있습니다. 북경에서 암스테르담에 연결되는 비행기표를 주일 것 밖에 구할 수가 없고, 평양에서 북경에 나오는 비행기도 주일에는 없어서 할 수 없이 토요일에 나와 베이징에서 주일 아침을 맞게 된 것입니다.


제가 자리를 비운 사이 윤징오 장로님께서 침상에서 떨어지셨다는 소식을 늦게서야 들었습니다. 주께서 속히 회복시켜 주시기를 기도합니다. 또 김선미 집사님의 장녀 애쉴리가 출산한 소식을 들었습니다. 결혼주례한 커플들이 출산할 때마다 여간 기쁜게 아닙니다. 직장 때문에 이사오셔서 우리 교회에 등록한 교우들이 계시는 반면, 또 직장 때문에 타주로 이사가시는 정든 교우님들도 계십니다. 이게 다 사람 사는 모습이 아닌가 합니다. 어차피 우리는 모두 이 땅에서 잠시 살다 본향에 돌아가는 여행객들이니, 만나고 헤어짐이 다반사요 사람 사는 이치인 것 같습니다.


이번 여행 중에 가장 갑갑했던 것은 외부와의 연락이 잘 되지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평양에서는 아예 전화는 물론 이메일을 열어볼 수가 없더군요. 제 이메일 주소가 교회이름으로 설정이 되어 있어서 접근할 수 없도록 북한 당국이 차단한 모양입니다. 암스테르담 공항이나 북경에서도 사정은 크게 낫지 못했습니다. 등록 절차도 복잡하고 제약도 까다로워서 많이 불편했습니다. 이런 경험들을 하며 인생여정을 걸어가면서 언제나 어디서나 주님과 자유자재로 소통할 수 있다는게 얼마나 큰 복인지를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감사한 것은 우리보다도 주님께서 우리와 소통하시기를 더 원하시고 무료 전화선을(call toll free 800 number) 개설해 주셨다는 것입니다.


이번 평양방문의 공식적인 목적(북한당국이 비자를 내준 공적인 사유)은 '평양 과기대 1회 졸업식 및 의과대학건물 기공식 참석'이었습니다. 하지만 첫 비행기가 연착되는 바람에 연결비행기를 놓치고 결국 졸업식에 참석하지 못했습니다. 개성관광도 물거품이 되었고요, 화요일부터 수요일까지(평양에 들어가는 비행기가 목요일 오후에나 있어서) 북경에 발이 묶이면서 처음에는 많이 속상했지만, 하나님의 선한 뜻이 분명히 계심을 믿고 그분을 신뢰하면서 그 뜻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무엇인지 금요일 저녁 집회 후에야 알게 되었습니다.


교직원들(학생이나 북쪽의 교직원은 제외)이 모여 개교 이후 처음으로 찬양팀과 함께 찬양하며 예배하는 뜻깊은 집회에 말씀을 전해달라는 부탁을 예배 전 3시간 전에 받았습니다. 늦게 도착한 저에게 미안해서 부담될까봐 그제서야 부탁드리는 거라고 하셨습니다. 그것도 한국어와 영어로 해달라는. 무슨 메시지를 전해야할까 묵상하는 중, 이곳 교직원들이 시간이 갈수록 영적으로 심하게 메말라간다는 고선교사님의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평양에서 4년만에 키보드 소리를 처음 들어보았고 찬양팀이 인도하는 예배는 처음이라며 감격해하던 모습도 떠올랐습니다. 네 명의 2세 청년들로 구성된 찬양팀이 이번에 방문했다고 했습니다.


성령님께 의지하고 준비하여 말씀을 전했습니다. 예배가 끝나자 모든 분들이 이구동성으로 이야기하기를 당신들에게 너무도 시기적절하게 필요한 메시지를 전해주셨다며 이일을 위해 하나님께서 북경에 제 발을 이틀동안 묶으신 것 같다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그 말을 들을 때 눈물이 핑돌았습니다. '아, 이러실려고 암스테르담에서, 북경에서 발목을 붙잡으신거였구나' 그런 생각이 들자 참 감사했습니다. 많은 것을 포기하고 희생하며 섬김의 삶을 살고 있지만 철저하게 단절되고 영적으로 심하게 눌리는 평양에서 살아보면 처절하리만치 살벌한 영적전쟁에서 지치고 상한 영혼이 되고 만다고 하는데, 그분들에게 조그마한 위로와 주님의 치유가 임하는 메시지를 전하는 도구로 사용되었다면 짧은 일정도 전혀 아쉽지 않다는 확신과 기쁨이 임했습니다. 그 분들의 고백을 통해 위로와 치유를 저도 경험한 셈입니다. 예배가 끝나고서도 저녁 11시가 되도록 자리를 뜨지 못하고 교제하며 기도하는 모습이 참 아름다웠습니다. 이 모든게 뒤에서 간절히 기도해 주신 교우 여러분들의 기도의 힘인줄 믿습니다.


평양에 3일 머물면서 보고 들은 것들을 기회될 때마다 여러분들과 함께 나누겠습니다. 우리 조국을 향한 주님의 섭리가 무엇인지 함께 고민하며 통일을 준비하여 그 날에 쓰임받는 교회되도록 힘쓰는 우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곧 뵙게 될때까지 주님의 돌보심이 여러분 모두와 함께하시기를 바랍니다. 

사랑하고 축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