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필 차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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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슈가로프한인교회 작성일24-02-09 13:22 조회234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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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살아가는 일 속에
파도치는 날 바람 부는 날이
어디 한두 번이랴
그런 날은 조용히 닻을 내리고
오늘 일을 잠시라도
낮은 곳에 묻어두어야 한다
우리 사랑하는 일 또한 그 같아서
파도치는 날 바람 부는 날은
높은 파도를 타지 않고
낮게 낮게 밀물져야 한다
사랑하는 이여
상처받지 않은 사랑이 어디 있으랴
추운 겨울 다 지내고
꽃필 차례가 바로 그대 앞에 있다
김종해 시인의 “그대 앞에 봄이 있다”는 시입니다. 이 말처럼 우리는 지난 주일 입춘을
지나서 다음 주에 우수를 맞게 됩니다. 우수란 일년 24절기 중 봄을 알리는 절기로
알려져 있습니다. ‘눈이 녹아서 비가 된다’ 해서 ‘우수’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하는데요, 눈이 오는 대신 겨우내 가랑비가 겨울비로 내리는 아틀란타에서는 썩 잘
어울리는 봄 표현은 아니지만, 이맘때면 어김없이 봄이 우리 앞에 성큼 찾아오는 것은
사실입니다.
인생에도 바람과 파도와 겨울이 요즘의 이상기온처럼 예기치 않게 불쑥 불쑥
찾아오지만 “꽃필 차례가 바로 그대 앞에 있다”고 결론처럼 시인이 힘주어 꾹꾹
눌러쓰듯이, 바람과 파도 앞에서 “다음은 내 차례!”라고 믿음으로 호령해도 될
것입니다. 비록 사랑이 영글어 가는 길에 상처가 많을지라도 주님과 함께 낮은 곳을
향하여 걸어가다 보면 목련 꽃처럼 풍성한 꽃봉오리 피는 날을 경험하겠지요.
봄의 시작과 함께 시작되는 교회 절기가 있습니다. 바로 사순절입니다. 부활절을 앞둔
40일간 (주일은 제외)을 사순절이라고 하는데요, 이번 수요일 (2/14)에 시작되어 3월
30일에 끝이 납니다. 교회사적으로 살펴보면 그리스도인들은 이 기간동안 예수님께서
공생애를 시작하시기 전 40일동안 광야에서 금식하시며 기도로 준비하셨던 것처럼,
성도의 부활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죄를 회개하고 자신을 돌아보아 정결한 삶을
결단하며 성결을 추구하고자 했습니다. 우리는 이미 40일 특새를 진행하는 중에
있지만, 또 한 번의 40일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일년 365일의 약 10의 2조의 날들을
주님께 드린다는 심정으로 꽃필 날들을 기다리는 것은 어떨까요?
그리고 사순절의 시작을 알리는 Ash Wednesday (재의 수요일)에 우리 교회의 모든
재직 되시는 분들이 재직 헌신예배를 드리게 되는데, 그런 점에서 퍽 뜻깊은 헌신예배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물론 날이 아니라 헌신하는 마음이 중요하고, 무엇보다도 우리의
헌신고백을 기쁘게 받아 주시는 주님의 은혜가 더 중요하지요. 비록 현역에 계시지 않은
은퇴 직분자분들부터 현역 서리집사, 안수집사, 권사, 교사, 부장, 팀장, 그리고 목자
목녀 모두 주님께 헌신을 고백하며 서로를 격려하고 금년도 우리 교회가 이루어 내야 할
귀한 사역들을 잘 감당하기 위해 주님께 도움을 구하는 자리가 되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은 어떠실지 모르겠지만 저는 목련과 함께 떠오르는 꽃은 국화입니다. 그리고
국화하면 서정주 시인과 “국화 옆에서”라는 시가 떠오릅니다. 그리고 재미있게도 이
시에서도 역시 한 송이의 국화 꽃을 피우기 위해 소쩍새와 함께 먹구름 속에서 우는
천둥, 그리고 “무서리”가 등장합니다. 무서리란 가을에 처음 내리는 묽은 서리인데,
늦은 가을에 내리는 된서리보다는 “덜 쎈 서리”일지 몰라도, 국화 꽃봉우리가 피지
못하게 할 수도 있는 서리입니다. 그런데 시인은 꽃을 피우기 위해 먹구름 속에서
울어대던 천둥과 함께 무서리도 노오란 네 꽃잎을 피게 하려고 간밤에 내리는 것이라고
시인은 말합니다.
목련에서 국화까지 바람, 파도, 겨울, 천둥, 먹구름, 그리고 무서리가 주님을 따라가는
우리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지 못하는 것은 꽃을 피우시는 우리 주님의 신실하심을 믿기
때문이며, 주님을 신뢰함으로 소망가운데 인내하여 열매 맺는 또 한 해가 되시길 바라고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