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25.40. 그리고 지켜 온 세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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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슈가로프 작성일16-10-09 14:30 조회2,113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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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일 (10월 첫 주)은 제가 우리 교회에 부임한 지, 만 14년이 되던 주일이었습니다. 2002년 10월 첫 주에 취임예배를 드린 지가 불과 몇 해 전 같은데 벌써 시간이 그렇게 많이 흘렀습니다. 초등학교 1학년이던 둘째 아들은 어느덧 대학졸업반이 되었고, 중학생이던 큰 아들은 결혼을 한다고 하니, 저도 나이가 그만큼 먹었나 봅니다. 부족한 것 투성이인 종을 오늘까지 하나님께서 사용해 주신 것은 그분의 한량없는 은혜요 여러분의 사랑 때문이라는 말로 밖에는 설명할 길이 없습니다.
그러고 보니 또 금년은 제가 목사 안수를 받은 지, 그리고 목사 안수를 받으며 담임목회를 시작한 지 만 25년이 되는 해이기도 합니다. 1975년에 부름받아 1976년에 신학교를 가면서 성역의 길에 들어선 후 오늘까지 40년 동안 소명의 길 만을 걸어올 수 있었음도 신실하신 주님의 은혜입니다.
그간 많은 배움과 훈련이 있었지만, 그 가운데서도 16년 동안의 전도사 생활을 마치고 1992년 목사 안수를 받을 때, 권면해 주신 선배 목사님의 말씀이 생각납니다. 목사가 멀리 할 것 세 가지만 잘 지키면 목회의 절반은 성공이라는 내용이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돈과 여자와 명예 문제에서 자유로우라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이것은 그리스도인이라면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말씀이지만 특히 안수받는 목사에게 이 말씀을 주신 것은 그 점에 대해 그만큼 유혹이 있기 때문이겠지요. 감사한 것은 지금까지 이 문제들로 추문을 내지 않고 목회할 수 있었음도 주님의 은혜입니다.
특별히 돈 문제에 관한 한, 제 아내가 항상 다른 분들에게 이야기하듯이 저는 은행 체킹 어카운트에 돈이 얼마 있는지 전혀 관심조차 없는 무책임한 사람입니다. 결혼 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 저와 결혼한 아내가 결혼 초에 농담반 진담반으로 하는 말이, 평생 푸드 스탬프는 신청 하지 않을거라고 하면서 29년 결혼 생활에 27년을 풀타임으로 (첫 아이 임신 후 9개월 동안의 심한 입덧과 아틀란타에 이사와서 직장 구하느라 각각 1년씩 빼고는) 일을 했습니다. 두 아이가 2달쯤 될 때부터 데이케어에 맡기고 일을 했던 아내는 지금도 그것을 마음 아파하지만요.
돈에는 관심이 없는 저는 지금껏 사례비가 얼마인지 먼저 알아보고 사역지를 정한 적이 없습니다. 저희 교회에 올 때도 그랬고 40년 사역하면서도 그래왔습니다. 덕분에 결혼 후에는 아내가 부족한 부분을 채워야만 했고, 우리 교회에서의 초창기 목회 중에는 그렇게 해도 부족한 부분은 그 당시 재무부를 맡으신 김석규 안수집사님께 선불을 받곤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십이조 이상 (교회와 다른 여러 부분에서)을 감사함으로 했고, 건축을 두 번 하는 동안 목사가 먼저 솔선수범해야 해서 믿음으로 약정하면서 또 채워주시는 하나님의 기적같은 공급하심을 체험하기도 했습니다.
3년 전에는 당시 암환자였던 아내의 엄청난 보험비 때문에, 참으로 힘들게 신학교 디렉터 일을 결정 하였었습니다. 그런데 뒤돌아 보니 정말 하나님이 원하시던 일을 그 많은 어려움을 겪게 하시면서 하게 해 주셨고, 그것 또한 하나님의 은혜요 감사할 것 뿐입니다. 신학교 사역도 결국은 조금 다른 차원의 목회이며 그리스도의 군대 지휘관을 양성하고 훈련하는 귀한 사역일진대 이 일에 쓰임받는 제 개인뿐만이 아니라, 우리 교회에게 주신 복이요 영광이라고 믿고 감사합니다.
돌아보니 25년 동안 목사의 길을 걸어오면서 안수식 때 권면해 주신 이 세 가지는 잘 지켰다고 주님 앞에서와 여러분들 앞에서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이것도 주님의 은혜입니다. 이제는 모으는 돈이 아니라 청산해야 할 돈 문제에 관해 좀 더 책임있는 사람이 되보려고 마음을 먹어보지만, 결과는 장담할 수 없으니 제가 저를 생각해 보아도 참 한심합니다. 하지만 저는 여전히 지금껏 그래왔듯이 기쁘고 감사하게 여러분들과 함께 하나님의 동역자로 설 것이며 여러분을 사랑하고 축복하고 목양해 나갈 것입니다. 모든 영광과 존귀와 위엄이 오직 우리 하나님께만 있습니다. 할렐루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