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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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슈가로프한인교회 작성일19-09-21 12:22 조회2,084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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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갑작스레 필라델피아엘 다녀왔습니다. 암 투병을 하는 둘째 매형의 위독하시단 소식을 듣고 돌아가시기 전 한번 뵙고 싶어서 였습니다. 공교롭게도 출타해 있는 동안 연로하신 성도님 몇 분의 건강 악화 소식도 함께 들었습니다. 건강해 보이던 분들의 입원 소식을 들으면서 한 동안 상념에 잠겼습니다. 주님이 다시 오실 때까지 사람의 생노병사는 마치 인생의 계절처럼 피할 수 없는 것이지만 사랑하는 사람들의 “노”와 “병”을 지켜 보면서 착잡한 마음을 금할 수 없습니다.
달력을 보니 내일이 “Autumn Begins” 그러니까 가을이 시작되는 날입니다. 우리 달력에는 입추가 8월 8일로 되어 있지만 사실 그 때는 일년 중 가장 더울 때이고 실제적으로 가을이 시작되는 때는 평균적으로 볼 때 입추로부터 45일이 지난 후인 9월 21일경인데 금년에는 23일이까 대충 맞는 셈입니다.
이 때가 되면 아침 저녁 기온이 어김없이 60도 대에 머물게 됩니다. 둘째 누이가 사는 York, PA의 랭캐스터 평야에서는 이미 수확이 시작되었고 여기 저기 황금 빛이 물들어 가고 있었습니다. 이 곳 조지아에도 머지않아 단풍이 들고 낙엽이 뒹굴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인생은 흐르고 하나님의 창조 질서에 말없이 순복하는 것입니다.
지혜로운 사람은 자신의 인생 시즌이 무엇인지, 그래서 그 계절에 적절하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어떠해야 하는 지를 겸허히 살펴보는 사람입니다. 그런 점에서 모세는 참으로 지혜로운 사람입니다. 왜냐하면 그는 이런 기도를 했기 때문입니다. “우리에게 우리 날 계수함을 가르치사 지혜의 마음을 얻게 하소서” (시 90:12). 물론 여기서 계수할 날은 단순히 앞으로 살 날을 의미했다기 보다는 인생이 지극히 유한한 존재임을 깨닫고 영원하신 주님 안에 거함이 지혜임을 고백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즘 많은 이들이 100세 시대를 말하지만 그렇게 100년을 산다고 해도 사실은 52,560,000분 (minutes)을 (100년 X 365일 X 24시간 X 60분) 3분씩 나누어 17,520,000번을 살아갈 뿐입니다. 우리들 대부분은 3분 동안 숨을 쉬지 못하면 죽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살 날이 50년 남으셨다면 3분씩 8,760,000번을 사시는 셈입니다.
3분씩 살 뿐입니다. 앞으로 십년을 산다면 3분씩 175만 2천 번을 사는 것입니다. 그 중에 일하는 시간이나 다른 사람과의 만남이 있는 시간만을 12시간으로 계산해본다면 우리는 남은 10년을 3분씩 87만 6천 번만 살 뿐입니다. 하루 단위로 계산해 보면 240번 입니다. 다른 사람들과의 만남 속에서 하루에 3분씩 240번을 살 뿐입니다.
이것은 인생 비관론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애찬론입니다. 앞으로 남은 세월이 1년씩 50번이 남은 것이 아니라 3분씩 8백 7십 6만번 남았다는 발상이고, 그 많은 숫자만큼 우리의 남은 날들은 주님이 주신 선물이요 은혜라고 하는 것입니다. 1년을 말하고 10년 후의 계획을 세우는 것도 필요하지만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지금 나에게 주어진 3분을 잘 사는 것입니다.
잘 산다는 것은 잘 먹고 편하게 사는 부자가 된다는 의미가 아니라 주님의 뜻대로 산다는 의미입니다. 주님이 기뻐하시는 뜻을 분별할 줄 아는 지혜, 그 뜻에 나의 생각을 마추는 용기와 결단, 그리고 그렇게 재조정된 삶의 틀 안에서 우직하게 살아가는 배포와 추진력, 바로 잘 살기 위해 필요한 것들입니다.
사랑하는 가족의 위독함 때문에 이루어진 갑작스런 여행 길에서 마음도 여정도 분주했지만 삶의 “민낯”에 대해 참 많은 생각이 스치고 지나간 한 주간이었습니다. 비행기표를 손에 들고 타고 갈 비행기만을 기다리는 것이나, 비용을 지불하고 받은 지정된 좌석이 사실은 뜨고 내릴 때 까지 잠깐 동안만 각자에게 주어진 것 뿐이라던지, 무엇보다도 그 사람들 모두는 어딘가를 향해 가는 목적지가 있으며 도착할 때 반드시 비행기에서 내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두어시간 길도 있고 열두어시간 길도 있습니다. 그 외에도 참 많은 점에서 인생은 여행과 닮았습니다.
여행을 같이 해 보면 그 사람의 됨됨이를 알 수 있다는 말처럼, 인생 여정을 함께 걸어가다 보면 인생 길동무의 장단점을 발견하게 됩니다. 호감이 가는 사람, 가까운 거리에 두고 아끼고 싶은 사람, 일정의 거리를 유지하며 평행선상에 머물게 하고 싶은 사람, 그저 먼 거리를 유지하고픈 사람, 등등, 각양각색의 사람들을 만나고 이런저런 평을 하곤 합니다.
그러나 정작 그들에게 우리가 어떤 존재인가를 우리 스스로에게 묻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인생 여정을 함께 갈 길동무로서의 내 모습이 주변의 사람들에게 어떻게 비춰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무관심한 채 자신의 감정과 판단에만 몰두하는 경향이 매우 짙음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우리 눈 안에 있는 들보 때문이고, 남에게 있는 티에 지나치게 집중하기 때문입니다.
가을의 길목에서 인생 석양을 쳐다보며 스쳐가는 상념이었습니다. 가을을 타나봅니다. 하지만 저의 작은 바램은 여러분 모두가 영적으로 가을을 타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한가지 꼭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오늘은 남은 날들의 첫 날이고 주어진 유일한 날이며 그래서 최고의 날 인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