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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나리와 무화과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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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7-01-23 20:28 조회2,07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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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 소나기가 억수가 되어 내리는 날, 그 비를 뚫고 저희 교회 권사님 한 분이 교회엘 오셨습니다. 모처럼의 독립기념일 연휴를 맞아 황금처럼 귀한 시간인데 교회에 오신 것은 당신 집 마당에 있는 조그마한 개나리 나무를 캐어다가 교회 담장 옆에 심기 위해서였습니다. 햇빛이 잘 쪼이고 꽃이 필 때 보기도 좋은 곳을 골라 정성을 다해 심었습니다. 무더운 여름과 낙엽 지는 가을 그리고 추운 겨울이 지나면 그곳에 예년에 보지 못했던 노란 개나리꽃이 활짝 피어, 보는 이들의 마음을 환하게 밝혀줄 것입니다.
개나리꽃에 대해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분들이 있습니다. 너무 색깔이 단조롭게 강한 노란색이라든지 계절을 구분 못하고 아무 곳에서나 또 한 겨울에도 조금만 따뜻하면 꽃을 내는 헤푼 꽃나무라는 것입니다. 그런 반면 개나리 꽃 애찬론가들은 모래땅이든, 기름진 땅이든 상관없이 살 수 있는 자리를 탐하지 않고 뿌리를 내리고 일단 뿌리를 내리면 거기에 만족하고 적응하는 생명력을 높이 사기도 합니다. 봄에 제일 먼저 피는 꽃 중의 하나로 희망을 전달하며 비록 한 잎의 개나리는 볼품없지만 모두가 모여 화사한 꽃떨기를 무리로 간직하는 꽃이기도 하나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개나리나무 옆에는 커다란 무화과나무가 있습니다. 낮은 담을 사이에 두고 저희 교회와 사이좋게 지내는 백인 할머니 집 뜰에 있는 나무입니다. 고국에서는 거의 보기 힘든 과실나무이어서도 그렇지만 성경에 자주 등장하는 나무이어서 인지 괜스리 정이 가는 나무입니다. 작년에 비해 키가 한 치나 더 클 정도로 대나무 죽순처럼 잘 자라는 나무입니다. 열매가 없다해서 예수님으로 부터 책망들었던 그 무화과나무와는 달리 가지마다 얼마나 많은 열매가 달렸는지 모릅니다. 며칠 전 보니 거기에 새 집도 있었습니다. 커다란 잎사귀들 속에서 한 여름 시원하게 지낼 날짐승 이웃들마저 정답게 여겨졌습니다.
개나리와 무화과나무. 여러면에서 대조되는 나무들입니다. 한국을 원산지로 둔 개나리나무는 열매보다는 꽃으로 더 알려진 나무입니다. 반면 무화과나무는 전혀 한국적이지 않으며 우리말 이름 그대로 꽃이 피지 않는 나무이지만 Fig으로 알려진 아주 특이하고 맛있는 무화과 열매로 유명한 나무입니다. 이 두 나무가 이젠 서로 경쟁이라도 하듯 그렇게 자랄 것입니다.
이 두 나무를 보면서 우리 교회가 그렇게 쑥쑥 자라나며 아름다운 꽃을 피워, 보는 이들의 마음을 기쁘게 해 주고 맛있는 열매를 내는 교회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뽑아도 뽑아도 사라지지 않고 짜증나게 하는 잡초나, 키만 멀쑥이 클 뿐, 봄마다 꽃가루를 쏟아내 알레지로 고생만 시키고 바람이 조금만 세게 불어도 넘어져 집이나 자동차를 망가뜨리는 소나무 같은 존재가 되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따가운 햇빛과 억수로 쏟아지는 비와 바람을 막아주고 보금자리를 제공해주는 무화과 나무, 그리고 추운 겨울 끝에 찾아오는 봄소식을 희망과 함께 알려주는 개나리꽃은 다름 아니라 바로 크리스천들의 또 다른 모습이어야 한다고 여겨졌습니다. 교회 마당으로 이사온 개나리나무가 가르쳐 준 깨달음이었습니다.

7/13/2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