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는 우리의 스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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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7-01-23 20:45 조회1,977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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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조지아에 온 후로 두 번째 봄을 보내고 있습니다. 첫번 째 봄엔 금년에 비해 유달리 많이도 나르던 소나무 꽃가루 덕분에 호된 신고식을 치뤘습니다. 마음 속 거만함도 일단 소나무 아래 서기만 하면 감히 올려다보지 못하는 겸손한 모습으로 변했습니다. 그렇게 흘려보던 봄철의 소나무를 금년엔 겁없이 바로 쳐다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때를 맞춰 여러번 비가 내려준 덕분에 작년에 비하면 훨씬 적은 양의 꽃가루가 날렸기 때문입니다. 땅만 보며 게슴프레 뜬 눈으로 지내던 때완 다르게 이젠 두 눈을 부릅뜨고 소나무를 올려다볼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그러면서 언제부턴가 한가지 특이한 점을 발견하기 시작했습니다. 꽃가루를 펑펑 쏟아내는 송충이 모양의 “꽃봉우리”(?)가 길거리에 우수수 떨어지면서 새싹이 죽순처럼 자라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크게는 10여인치, 작게는 2-3인치씩 나온 연한 싹들이 서로 약속이나 한 것처럼 모두 하늘을 향한다는 것도 신기한 일입니다. 언뜻 보면 검푸른 바다에 연한 초록색의 조그마한 섬들이 수도없이 떠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조지아의 소나무가 하나같이 꺽다리인 이유를 알듯 합니다.
저는 이런 것을 보면서 거창하게 말하면 하나님의 창조에 나타난 하나님의 섭리를 고찰하며 신학화작업을, 그저 평범하게 말하면 소나무를 관찰하며 교훈을 얻습니다. 첫째는 살아있는 것은 반드시 자란다는 것입니다. 물이 있고 그 물을 흡수하는 뿌리가 있고 태양이 있으니 자동적으로 성장합니다. 또 하나는 새로 나온 싹들이 하나같이 하늘을 향해 있다는 것입니다. 가파르게 경사진 곳에서 자라는 나무가 하늘을 향해 우뚝 서 있는 모습과 비슷합니다. 뿌리를 박고 있는 지면에서 90도로 반듯하게 서있는 것이 아니라 서 있는 땅과는 상관없이 하늘을 향해 직각으로 서 있듯 새로 나온 순들도 거의 다 그런 모습으로 있다는 게 참 신기한 일입니다. 실제로는 모르겠지만 제가 보기엔 그게 훨신 더 힘들어 보이는데도 말입니다.
신학화작업이라는 심각한 단어를 들먹이는 것은 최목사가 싱거워서라기 보다는 부쩍부쩍 커가는 소나무에 비해 그렇게 잘 성장하지 않는 우리의 영적 모습이 너무 대조가 되기 때문입니다. 말씀과 성령님이 때론 물처럼 또는 태양처럼 우리 영혼을 적시고 채워주시기에 주님께 뿌리를 내린 성도들이라면 성장하는 것은 자동이요 당연한 일인데 과연 나의 모습이 어떠한지 겸허히 자아성찰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개인의 신앙성숙도만이 아니라 공동체로서의 교회의 모습도 그렇습니다. 살아있는 것은 반드시 자라게 되어있습니다. 자라지 않는 것은 죽었거나 병이 들었기 때문일겁니다. 물론 일본의 반자이같은 식물도 있지만 그것은 끊임없는 가지치기 끝에 일구어진 조형물과 같은 것일 뿐입니다. 대지에 심겨진 소나무라면 하늘을 향해 일년에 적어도 한뼘씩 자라야만 하듯이 예수생명을 품은 성도들이라면 반드시 성장해야만 합니다. 개인과 공동체의 신앙이 더욱 성숙해져가야만 합니다. 이상은 오늘도 말 없이 서있는 교회 앞마당의 세 그루의 소나무가 저에게 무언으로 해 준 설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