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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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슈가로프 작성일08-02-23 17:22 조회2,261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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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부터 우리 조상님들이 금기로 여겼던 것 중 하나가 남편의 아내자랑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의 조상님들은 공공의 장소에서조차 당신의 아내를 면박주거나 무시하는 언행을 사뭇 자랑스럽게 여겨왔습니다. 물론 지금은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의 이야기처럼 여기기도 하지만 한편에서는 여전히 아내 자랑하는 것을 그리 곱지않게 받아드리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서 그런 사람을 비아냥거리듯 부정적인 뉘앙스를 풍기는 말인 “팔불출”이라고 부르는 것입니다.<?xml:namespace prefix = o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office" />
하지만 오늘 제가 한번 팔불출이 되어보려고 합니다. 몇달전에 우리 교회 홈페이지에 올라왔던 이영진 집사님의 팔불출 찬가에 비하면 새발의 피에 지나지 않겠지만 저도 “욕을 바가지로 먹을 각오를 하고” 아내 자랑을 해볼까 합니다. 마침 아내가 출장중이어서 당장 “야단맞을 사정거리”에서 당분간 벗어나 있다는 안도감이 한 몫을 한 것도 사실임을 밝히는 바입니다.
새삼스러운 이야기입니다만, 여러면에 있어서 저는 제 아내보다 부족한 점이 많은 사람입니다. 한번은 제 아내가 저를 빤히 쳐다본 후 하는 말이 “우리가 20년을 함께 부부로 살아 온 것이 기적이다”고 하길래 “기적이 아니라 하나님의 은혜”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추호의 과장이 없는 솔직한 표현입니다. 오늘의 제가 이 만큼 될 수 있었던 것도 첫째는 하나님의 은혜요 둘째는 아내덕분인데, 아내를 아내로 주신 분이 하나님이시니 이것도 하나님의 은혜인 것입니다.
그런데 요즘 들어 아내가 저에게 그리고 교우분들에게 굉장히 미안해 하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교회에 새 식구들이 부쩍 늘어나면서 좀더 적극적으로 제 사역을 돕지 못한다는 자책감때문입니다. 심방에 동행하지 못할 때도 있고 성도님들과 더 활발한 교제를 나누지 못한다는 송구함때문이기도 합니다.
저는 그럴때마다 그러지 말라고 말합니다. 왜냐하면 아내가 하는 사역이 저의 사역못지 않게, 아니 어쩌면 저의 사역보다 훨씬 더 중요한 사역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숫자에 따라 중요성이 차이나는 것은 절대 아니지만 1만 5천여 미남침례교회들과 4천700여만명의 남침례교인들을 상대로 하는 아내의 사역은 제 사역에 비해 일의 성격상 스트레스도 많고 제가 할 수 없는 많은 일들을 하고 있는 것이 사실인 것입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아내는 남침례교 북미선교국(North America Mission Board) (NAMB)의 ‘선교사 파송 그룹’(Sending Missionary Group)에서 사역하고 있습니다. 미국 전역과 카나다를 총 6개구역으로 나누고 그 중 제 1구역 (Region 1)인 버지니아, 웨스트 버지니아, 메릴랜드, 워싱턴 DC, 델라웨어, 펜실베니아, 뉴져지, 뉴욕, 코네티컷, 로드 아일랜드, 메사츄세츠, 버몬트, 뉴 햄프셔, 그리고 메인주를 총괄하는 메니저로 일하면서 선교사 후보생들을 선교사로 파송할 때까지의 모든 일을 아내가 맡아 합니다. 국내선교국의 총재가 아내가 속한 ‘선교사파송그룹’의 그룹 책임자 역을 겸하고 있는 것만 봐도 하는 사역의 중요성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이런 저런 이유로 원하는 만큼 더 많은 시간이나 사랑을 우리 교우님들과 나누지 못하는 것을 늘 안타까워하는 아내를 대신하여 제가 여러분의 이해를 구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저의 사역뿐만이 아니라 아내의 사역을 위해서도 많이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남침례교단의 국내선교의 실무를 담당하는 사람이 총 25명인데 아내가 그 중의 한 사람이니 우리 교회의 자랑일뿐 아니라 모든 한인침례교회의 자랑이라고 저는 감히 말하고 싶습니다. 팔불출이라는 욕 먹을 각오를 하고 말입니다. 그러나 그런 아내를 둔 저를 자랑하거나 제 아내를 자랑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군목을 포함한 국내선교사 125명을 파송하는 예배 (Commissioning Service)에 섬기기 위해 오늘처럼 주일을 비우는 경우가 생길 때, 그리고 평소 여러분들과 더 많이 교제하지 못할 때 너그러이 이해해주시고 그리고 기도해 주시기를 바래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이상, 팔불출 목사의 조그마한 바람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