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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계에서의 은퇴를 선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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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ay 작성일11-05-10 07:59 조회1,70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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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망설인 끝에 말씀드리는 것이 낫겠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별것도 아닌데 말씀드려서 괜히 더 걱정을 끼쳐드리는 것 아닐까 하는 마음에 주저도 되었지만 많은 분들이 궁금해 하시는 것 같아 염려를 덜어드리는 것이 도리라고 여겨져서 말씀드리려고 한 것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저는 괜찮습니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So far, so good입니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습니다.  지난 주 소풍가서 식사가 끝나고 우리들의“대장”과 함께 몸을 푸는 준비운동을 할 때 젊은이들이 옆 운동장에서 풋볼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걸 보는 순간 왠지 한번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몇 차례 공수가 바뀐 후 다시 공격할 차례가 되었고 시작과 함께 평소 텔레비전에서 수도 없이 본 프로선수들의 움직임을 흉내내면서 좌로 우로 달리며 한 순간  몸을 틀어 회전을 하면서 날라 오는 공을 받기 위해 힘껏 공중으로 뛰어 올랐습니다.  그리고 그게 기억의 전부입니다.


나중에 전해 들은 이야기들을 종합하면, 높이 뛰어 올랐던 제가 그대로 뒤로 떨어지면서 등에 이어 머리로 땅을 쳤다고 합니다.  처음엔 재미있게 웃고 박수를 치던 젊은이들이 넘어진채 움직이지 않는 제 모습에 겁을 먹고 달려왔다고 하고 30초에서 1분가량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고도 하고, 의식이 돌아온 저를 부축해서 의자에 앉혔다고 합니다.  얼음찜질도 하고 이런 저런 질문도 했다고 하는데 아무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어렴풋이 사물이 보이기 시작할 때 점심을 먹던 큰 정자가 눈에 들어왔고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하지만 그곳이 어디인지 한동안 분별이 되지 않았고 나중에 교회 홈페이지에 올라온 그날 경기한 사진들을 보면서 많은 부분들이 전혀 기억에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예를 들어서 발 묶고 뛰기나 풋볼을 빗자루로 몰고 가는 경기등은 사진을 통해서 처음 보는 장면이고 장애물 경기부터 기억이 납니다.  혹시 그 사이에 저에게 돈을 빌려 가셨다던지 심한 모욕을 주는 말씀을 하신 분이 계시다면 안심하셔도 됩니다.


수요일에는 우리 교회 안수집사님이시자 의사선생님이신 문 집사님으로부터 검사를 받았는데 검진 결과가 별 이상이 없는 것으로 진단이 나왔고 문 집사님의 주선으로 금요일에는 CT와 목 엑스레이를 촬영했습니다.  결과는 월요일이나 화요일쯤 나온다고 합니다.  아무 문제가 없게 나올 줄 믿습니다.


저는 이 일을 경험하면서 사람이 얼마나 깨지기 쉬운 질그릇에 불과한 존재인지 새삼 절실하게 깨닫게 되었습니다.  운동에는 자신있던 제가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나이는 못 속인다”는 말이 틀림없는 사실임도 절감했습니다.  등이 아니라 머리부터 떨어졌다면 몸의 체중에 목이 제대로 버텨주었을까 상상하면 끔찍하기도 하고 소름이 끼치게 감사한 마음도 듭니다.  평소에 저를 위해 기도해 주신 여러분들의 기도응답으로 주님께서 보호해 주셨다고 저는 추호의 의심없이 확신합니다.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기도를 응답하시고 지켜주신 주님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확실한 것 또 하나가 있습니다.  난생 처음 해본 풋볼경기를 마지막으로 풋볼계에서 아쉽게도 은퇴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다시 축구계로 복귀해야 할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