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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야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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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슈가로프한인교회 작성일21-01-09 17:05 조회2,05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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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윗에 대해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광야입니다.  그 가운데서도 엔게디 광야를 꼽을 수 있습니다.  엔게디는 언약 백성들의 삶의 터전 가운데 최악의 조건을 모두 갖춘 곳입니다.  그곳은 의식주 문제가 해결될 수 없는 곳으로서 사람은 물론이지만 짐승이나 식물조차도 살아남기 어려운 지역입니다.  

 

그런데 다윗은 그곳에 머물러야만 했습니다.  그것도 자기가 책임져야 할 수하의 많은 추종자들과 함께 앞날의 기약도 없이 그곳에 거해야만 했습니다.  물론 다윗이 스스로 원해서 선택한 곳이 아니었습니다.  자기를 죽이려는 사울 왕을 피해 도망다니다가 할 수 없이 택한 곳이었습니다.    

 

현재 우리의 삶이 다윗이 엔게디에 머물던 때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도 원치 않은 선택을 해야만 하고 그것 때문에 겪는 어려움이 이만저만한 게 아닙니다.  갈수록 태산이라는 말은 그나마 새발의 피입니다.  갈수록 광야입니다.  쫓기고 쫓기다가 엔게디까지 왔는데 사울은 거기까지 추격해 왔습니다.

 

그리고 기가막힌 것은 엔게디에서 다윗의 일행이 숨은 곳이 동굴이었는데 사울이 그 동굴에 까지 왔다는 것입니다.  그야말로 최악입니다.  이보다 더 나쁠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일대 반전의 기회가 주어집니다.  사울이 그 동굴에 들어온 것은 다윗을 잡기 위해서가 아니라 볼일을 보러 온 것이었고 상황이 한순간에 역전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찾아온 것입니다.  다윗을 따르던 자들은 하나님이 주신 기회라고 아우성 쳤습니다.  돌아가는 상황이 정당방위요 하나님의 뜻이라고 주장할만했지만, 다윗은 사람들이나 상황보다는 하나님 앞에서 지켜야 할 기본 입장을 고집했습니다.

 

바로 사무엘상 24장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장벽을 뛰어 넘으라] Leap Over A Wall (우리말 번역은 다윗: 현실에 뿌리박은 영성)을 쓴 유진 피터슨은 이 대목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하나님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 광야 생활을 통해 다윗 안에는 신성함을 알아볼 줄 아는 감각이 크게 자라났던 것이다.  모든 것과 모든 사람 안에서 하나님의 아름다움과 임재와 거룩을 알아보는 그의 인식은, 척박한 광야 생활 중에 놀랄 만큼 자라났다.  무엇보다도 다윗은 하나님을 경외할 줄 알았다…광야 시절에 쓴 많은 시편들은 이를 뒷받침해 주는 증거다.  이 이야기는 그의 그러한 거룩한 삶의 면모를 보여 준다” (96쪽).

 

사람은 누구나 절박한 순간을 경험합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너나 할 것 없이 엔게디를 만납니다.  코로나로 인한 광야의 삶을 지난 한 해 동안 살아왔고 앞으로 얼마나 더 그곳에 머물러야 할지 아무도 알지 못합니다.  그러나 다윗이 엔게디 광야에서 하나님의 아름다움과 임재와 거룩을 알아보는 영성이 자라났듯이, 우리 앞에 놓여 있는 이 엔게디 광야에서도 비슷한 일들이 우리 안에서 일어날 것입니다.

 

다음은 제목이 “다윗이 사울을 피하여 굴에 있을 때에”라고 붙은 시편 57편 말씀입니다.  이 기도 속에 담긴 다윗의 영성이 우리 안에도 자리잡아가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하나님이시여, 나를 불쌍히 여기시고 나를 불쌍히 여기소서. 

내 영혼이 주를 의지합니다. 

내가 이 재난이 지날 때까지 주의 날개 그늘 아래 피하겠습니다.

내가 가장 높으신 하나님께 부르짖노라. 

그는 나를 위해 자기 뜻을 이루시는 분이시다.

그가 하늘에서 나를 구하시고 나를 짓밟는 자를 책망하시며 한결같은 사랑과 신실하심을 나에게 보이시리라.

내가 사자처럼 사나운 원수들에게 둘러싸였구나. 

그들의 이빨은 창과 화살같고 그들의 혀는 날카로운 칼과 같다.

하나님이시여, 주의 위대하심을 하늘에 보이시고 주의 영광을 온 세상에 나타내소서.

  

내 원수들이 나를 잡으려고 그물을 쳤으니 비통한 심정 금할 길 없구나. 

그들이 내 앞에 웅덩이를 팠으나 오히려 자기들이 그 웅덩이에 빠졌네.

하나님이시여, 내가 마음에 확신을 가지게 되었으므로 노래하며 주를 찬양하겠습니다.

내 영혼아, 깨어라! 비파야, 수금아, 깨어라! 내가 새벽을 깨우리라!

여호와여, 내가 많은 나라 가운데서 주께 감사하며 많은 민족 가운데서 주를 찬양하겠습니다.

주의 한결같은 사랑은 너무나 커서 하늘까지 미치고 주의 성실하심은 창공에 이릅니다.

  

하나님이시여, 주의 위대하심을 하늘에 보이시고 주의 영광을 온 세상에 나타내소서. (현대인의 성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