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꽁초도 은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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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슈가로프한인교회 작성일21-08-07 11:34 조회1,249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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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 꽁초도 은혜입니다
담배꽁초를 손에 든 저의 모습이 상상되시는지요? 그것도 교회 마당에서 말이지요. 간이 배 밖에 나오지 않고서야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바로 어제 제가 그랬습니다. 그것도 새벽기도를 마친 직후에.
그 정황을 여러분은 어떻게 상상하실지 모르지만, 여러분이 생각하시는대로 저는 담배꽁초를 휴지로 집어 든 것이었습니다. 당당하게 주차장 바닥에 누워있는 그 녀석을 보는 순간 누가 볼쌔라 잽싸게 집어 들었지요. 그리고는 쏜살같이 휴지통으로 달려가 버렸습니다. 누군가의 오해를 살까봐 무서워서가 아니었습니다. 별로 은혜스럽지 못한 광경인 것 같은 생각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쓰레기통까지의 짧은 거리를 쏜살같이 가는 동안 뇌리에 스치고 지나는 생각이 하나 있었습니다. 여러분에게 어떻게 들릴지 모르지만, 담배꽁초가 더 많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이 글을 쓰는 순간에는 이런 생각도 떠올랐습니다. “교회 곳곳에 재떨이를 만들어 놓을까?”
이런 이야기가 실없는 소리로 다가오는 분도 계실지 모르고, 충격으로 여겨지는 분도 계실지 모르겠지만, 저에게는 심각하면서도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이어야 한다는 중압감을 느끼게 해 주는 이야기입니다. 그 이유는 교회이기 때문입니다. 교회이기 때문에 담배꽁초도 용납되어야 합니다.
오해는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신앙생활 하면서도 술담배를 자유롭게 하시라고 권장해드리는 의도로 드리는 말씀이 아닙니다. 자기 자신과 타인의 건강과 생명에 영향을 미치는 술담배를 요즘은 믿지 않는 사회에서도 규제하는 마당에 지극히 이타적이어야 할 신앙인이 남을 배려하지 않은채 술담배를 하는 것은 조금도 좋아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교회는 문턱이 낮아야 합니다. 술담배가 아니라 그 이상의 것을 하시는 분들조차도 교회 문턱을 넘으실 수 있어야 합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로 열어놓으신 문과 십자가로 닦아놓으신 길을 우리의 선입관이나 종교적 독선 혹은 영적 교만으로 문을 걸어 잠그지 않도록, 그리고 길을 가로막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물론 영적 성장과 성숙을 이루어 그런 어린아이적 라이프 스타일을 벗어야 하는 것은 당연지사입니다. 19세기 말미와 20세기를 살았던 A.W. Tozer는 20세기의 교회뿐만 아니라 21세기 오늘날의 교회가 겪게 될 위기에 대해서도 경고한 바가 있습니다. 그것은 첫째 교회가 목회자 중심으로 돌아간다는 것인데, 쉽게 설명해드린다면 운동경기로 비유하면 목회자 혼자 운동장에서 경기하고 교인들은 관중석에서 구경만 하는 양상이 교회에 벌어진다는 것입니다.
둘째 위기는 교회가 하나되지 못하고 분열한다는 것입니다. 그만큼 각자가 가진 특색이 뚜렷해진다는 것이고 자기의 것만을 내세우는 이기심과 자기중심적 사고에 익숙해진다는 말이 됩니다. 남을 쉽게 판단하고 정죄하며 따돌리는 문화에 푹 젖어 살게 되는 것인데요, 요즘 말하는 “캔슬 문화”가 바로 그것을 잘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셋째 위기는 그리스도인들이 성장하기를 멈추고 그냥 영적 어린이 어른으로 스스로 만족한다는 것입니다. 쉽게 요동하고 경쟁의식에 사로잡히며, 완고함과 거짓과 외식, 그리고 시기와 비방으로 시간이 흐를수록 더 얼룩이 짙어갑니다. 누가 보아도 예수님 모습보다는 악취가 나는 인간의 모습만 보여준다면 그것은 성장하기를 부정하고 내 안에 자아로 가득차 가기 때문입니다.
십년 후의 우리 교회 모습이 어떠해야 할까요? 지금보다는 더 영적으로 성숙한 교회, 그런 영적 문화가 깊이 뿌리를 내리는 교회가 되기를 고대합니다. 그리고 그 일은 지금부터 시작하는 것이지요. 갓난 아이가 엄마의 젖을 사모하듯이 순점함과 신령함으로 하나님의 말씀을 사모하고 주님 한 분으로 기뻐하며 그분을 닮아가는 일은 내일부터가 아니라 지금부터, 미래형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이어야 합니다.
영적 신생아가 많이 태어나는 교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담배꽁초를 버리는 초신자들이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그분들이 제가 했던 것처럼 담배꽁초를 줍는 분들이 되면 더 좋겠습니다. 이상이 담배꽁초를 줍다가 떠오른 생각이었습니다. 허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