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일, 많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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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슈가로프한인교회 작성일21-01-30 15:40 조회1,723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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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우일모”라는 고사성어가 있습니다. 아홉마리 소에 있는 털 중의 하나라는 말로 대소롭지 않은 것을 가리킵니다. 비슷한 말로 조족지혈, 즉 새발의 피라는 말도 있지요. 극히 적은 분량 또는 비교가 안될 정도 적음을 말합니다. 가볍게 대하고 무시해도 표가 나지 않아서 별로 관심의 대상조차 되지 않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살다가 보면 이런 구우일모 혹은 조족지혈과 같은 것을 만나거나 주어지곤 합니다. 직장에서나 가정, 학교에서나 교회 등, 공동체의 일원이 되어 살아갈 때 특히나 이런 일들이 우리의 의향이나 재능에 상관없이 우리 앞에 찾아오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내가 원하지 않았고 내 은사에 어울리지도 않을뿐더러 관심조차 없었던 일, 그러면서 그냥 무시해도 내 개인이나 내가 속한 공동체에 별 손해가 나거나 표가 나지 않는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외람된 말씀이지만 육십이 넘고 사역의 길을 45년째 걸어오면서 날이 갈수록 뼈저리게 실감되는 것은 그런 구우일모와 같은 하찮은 일들이 실상은 귀하고 중하다는 점입니다. 눈에 띄지 않는 구석 구석을 일일히 청소하는 마음이랄까, 삶을 대하는 이런 자세가 사회를 변화시키는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런 이치는 사실 예수님께서 가르쳐주신 하나님 나라에 관한 비유 말씀에 등장하는 하늘나라 원리입니다. 바로 달란트 비유에서 “네가 적은 일에 충성하였으매 내가 많은 것으로 네게 맡기리니” (마 25:23)라고 하신 말씀입니다. 어느 주인이 먼 곳에 다녀오면서 세 명의 종들에게 금 다섯 달란트, 두 달란트, 그리고 한 달란트를 각각의 재능에 따라 맡겼습니다. 그리고 돌아와 결산하는 자리에서 다섯 달란트와 두 달란트를 맡은 종들에게 해 주신 말씀이 바로 그 말씀입니다.
사람의 기준으로는 결코 적지 않은 액수입니다. 1달란트가 34kg이라면 다섯 달란트는 170kg이고, 금 100g이 현 싯가로 7,685,000원이니까 170kg은 자그마치 130억, 두 달란트는 52억, 한 달란트는 26억원 가량 되는 많은 돈입니다. 그런데 다섯 달란트를 받은 종에게나 두 달란트를 받은 종에게 똑같이 “네가 적은 일에 충성하였으니”라고 말씀하신 것을 보니 주님의 기준이 우리의 기준과 많이 차이가 나는 게 분명합니다.
그리고 이 비유 이야기에서의 가장 중요한 핵심 포인트는 “네가 적은 일에 충성하였으니”이라는 말씀과 “내가 많은 것으로 네게 맡기리니”라는 말씀에 있습니다. “적은 일, 많은 것”의 상관관계입니다. 그러니까 우리 주님께는 일의 많고 크고를 떠나 똑같이 충성하는 것을 귀히 보신다는 것이고, 일단 인정받으면 많은 크레딧을 부여해 주시고 영역을 넓혀 주신다는 것입니다.
아직 진행 중이어서 부담은 되고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저는 작년부터 시행해 온 이웃 섬김 사역을 통해 이 하늘나라 원리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적은 예산과 적은 자원을 가지고 시작한 사역이 시간이 갈수록 점점 확대되어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필요한 사역자와 봉사자들을 세워주시고 넘치는 자원을 붙여주셔서 팬데믹 상황에서 힘들어 하는 이웃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많은 도움을 드릴 수 있게 되는 것이 참 감사하고 기쁩니다. 그리고 이 일에 참여해주시는 분들이 많이 자랑스럽습니다.
지난 주에는 냉장기능이 있는 박스 트럭을 구입했습니다. 지게차도 구입했고 기타 필요한 기본 장비를 마련했습니다. 이 모든 비용을 그랜트와 도네이션으로 충당했다고 하는 게 생각해봐도 놀랍습니다. 여기저기에서 식료품 기증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4월말까지 매주 한 번씩 대형 트랙터 트레일러가 1200박스의 식료품을 교회로 가져오고 Food Bank나 다른 기관에서 수시로 기증할 것입니다. 그것들은 우리는 지역교회나 난민들에게 물건을 직접 배달해 드리고 일부는 교회에서 이전처럼 이웃들에게 나눠드릴 것입니다.
그 첫 번째 사역을 지난 목요일에 했습니다. 구입한 트럭이 그날 아침에 도착했고 점검할 겨를도 없이 거의 동시에 들어오는 트랙터 트레일러의 물건을 거기에 옮겨 싫고 곧 바로 배달했습니다. 이 일이 소망회에 계신 어르신들과 여집사님들, 그리고 교역자들이 주축이 되어 (물론 소망회에 멤버가 되실 수 없는 젊은 남자 집사님들도 계셨습니다) 이루어졌다고 하는 것이 너무나도 감사하고 놀라울 뿐입니다. 이 지면을 통해 다시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그리고 이번 주 부터는 매주 화요일(금주는 농장 사정으로 무기한 연기)에 이 사역을 합니다. 물론 지게차와 다른 장비들을 사용하게 되어 이전처럼 그런 중노동을 하지 않지만 여전히 여러분의 손길이 필요합니다. 원하시는 분들은 교회 사무실 (770-934-9397)로 미리 알려주시면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모두가 힘든 때 우리 교회가 이런 사역을 할 수 있다는게 참 감사하고, 이런 귀한 사역을 우리 교회에 맡겨주신 것이 너무나도 감사합니다. 적은 일에 감사하며 힘껏 섬긴 것 밖에는 없는데 우리 주님께서는 날이 갈수록 더 많은 일들을 맡겨주고 계십니다. 그리고 이 모든 일들을 통해 우리 교회가 세상의 빛과 소금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일에 조금이라도 쓰임받고 주님만 영광 받으신다면 더 바랄 것이 없습니다.
기회는 항상 있는 게 아닙니다. 그야말로 메뚜기도 한 철입니다. 그래서 있을 때 잘해야 합니다. 팬데믹이 끝났을 때 우리 교회가 이웃을 위해 무엇을 했는가고 주님이 물으실 때 “보소서 내가 또 다섯달란트를/두 달란트를 남겼나이다”고 대답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이 일을 위해 기도해 주시고 물심양면으로 동참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것은 우리 모두의 사역입니다. 왜냐하면 예수님께서 특별히 우리 교회에 내려주신 복이요 달란트이기 때문입니다. 할렐루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