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팔 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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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슈가로프한인교회 작성일21-12-04 10:23 조회859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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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오른팔은 왼팔에 비해 선호되었던 것 같습니다. 강함의 상징이었고 뭔가 정통의 의미를 품고 있는 듯 했고 우월함의 뉘앙스를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좌의정보다는 우의정이 더 높고, 어느 조직에서건 제 2인자를 가리켜 1인자의 오른팔이라는 표현을 거리낌 없이 사용하지요.
그래서 그런지 왼손잡이들이 어릴 적 부모님들로부터 야단을 맞던 때가 있었습니다. 특히 여아들의 경우 왼손을 쓸라치면 손등을 맞기도 하고 벌을 받기도 했지요. 장차 세상에서 불이익을 당하거나 밉상이 될 것을 예방하기 위한 부모님들의 배려이었습니다. 제 아내만 봐도 글씨는 오른손으로 쓰는데 부억에서 칼은 왼손으로 사용하는걸 보면 아마도 어릴 때는 칼을 잡을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그런 현상이 일어났을 것입니다.
이런 문화적 배경 속에서 왼손은 오른손과 같은 대우를 받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물론 딱히 오른손이 왼손에 비해 어떤 특별 대우를 받는 것은 아니지만, 오른손에 비해 왼손이 주로 험하고 궂은 일을 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거든요. 주사를 맞을 때만 봐도 그렇습니다. 만일 왼손이 말을 할 수 있다면 백신 주사를 두 번 또는 세 번 맞을 때마다 왜 자기만 맞느냐고, 최소한 한 번이라도 오른팔이 맞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볼멘 소리를 했을 것입니다.
인터넷을 서치해보니 다음과 같은 왼손잡이 고충 이야기가 있더군요. 왼손잡이 이신 분들은 당연히 공감하실 것이고, 오른손잡이 이신분들은 이해와 배려 차원에서 필요한 글이 되지 않을까 해서 편집하여 소개해 드립니다.
가위질 할땐 항상 엄지 손가락이 눌려서 아프고,
부라보 콘 껍데기를 반대로 벗겨야하고,
밥을 먹을땐 옆사람과 팔이 자주 부딪친다.
입대 초기에 경례를 왼손으로 해서 맞았고,
사격 할때 탄피가 얼굴로 튀어서 화상 입은 적도있다.
야구게임장에는 좌타석이 부족해 항상 기다려야하고,
헌혈 할땐 간호사가 생각해 준답시고 왼손에 주사바늘을 찌른다.
결혼하게 될 사람 집에가서 부모님께 잘 보이려는 생각에 오른손으로 밥먹는 연습도 했었고,
오랜만에 만난이에게 악수를 청하며 왼손을 내밀어서 민망했던 적도 있다.
오른편에 놓인 마우스에 적응하기 힘들어 왼쪽으로 땡겨 놓기도 했고,
계란 후라이를 할때 뒤집개가 비대칭으로 생겨 여간 불편한게 아니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면 왼손이 없으면 곤란해 질 것이 한 두가지가 아닙니다. 운전하는 것도 힘들게 되고 몸의 오른쪽이 가려울 때 많이 아쉬워 할 것이고요. 그 외의 것은 여러분이 한번 찾아내 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결론은 보나마나 “왼팔이 없었으면 어쩔뻔 했겠나?”일 것입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이 있다면, 세상은 1인자들에 의해 돌아갈지 모르지만, 하나님 나라는 2인자도 아닌 3인자 혹은 4인자들에 의해 세워진다는 것입니다. 소위 말하는대로 “이름 없이 빛도 없이” 감사하며 하나님 나라에 참여하는 분들에 의해 하나님의 일이 성취되고 하나님 나라가 확장된다고 믿습니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3인자 혹은 4인자란 예수 그리스도를 위해 자신의 이름이나 권리나 이익을 챙기지 않는 자들을 의미하겠지요.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예수님이 가신 길을 따라가는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될 성 싶은 조직이나 단체에는 언제나 이런 분들이 구석 구석에 자리 잡고 계십니다. 여기서 말하는 구석구석은 대중들의 시선이 미치지 못하는 곳,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는 곳, 대부분이 꺼려하고 원치 않는 곳,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곳, 등등입니다. 그 대신 예수님의 시선이 언제나 머물러 있고 그분의 눈물이 있는 곳, “누가 나를 위해 갈꼬”하시며 탄식하시듯 말씀하시는 주님의 소원이 있는 곳, 그렇지만 소자에게 떠 준 냉수 값을 반드시 계산해주시는 주님의 상급이 있는 곳이지요.
저는 우리 교회가 이런 공동체로 날마다 거듭나기를 소망합니다. 우리 교회에 다닌 햇수에 정비례하여 “n팔”이 되는 교회, 그래서 더 이름없이 빛도 없이 주님만 섬기고 교우들을 섬기는 교회가 되면 좋겠습니다. 설령 우리 교회가 온통 왼팔 뿐인 성도님들로 가득찬 교회가 되는 한이 있어도.